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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①'빅테크'와 '빅보험' API 샅바싸움

  • 2023.08.22(화) 06:06

내년 출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또 진통
보험 "비용 적고 바로 쓸 수 있는 표준 API"
테크, '보험다모아' 실패 거론…"개별로 해야 혁신"

산 넘어 산입니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얘기예요.

작년까진 비교·추천에 어떤 상품을 넣을 것인지에 대해 서비스를 운용할 플랫폼 기업과 보험업계가 대립각을 세웠죠. 올해 초에는 플랫폼에 지불할 모집 계약 수수료율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죠.

플랫폼이 거두는 수수료는 단기보험의 경우 대면 채널(설계사) 수수료 대비 33%, 장기보험은 15~20% 이내로 제한됐죠. 가장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돼 초미의 관심사였던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대비 수수료 한도가 4%대로 설정됐는데요. 그러면서 모든 갈등이 거의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돈' 문제가 해결됐으니까요.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네·카·토 보험 추천의 '모든 것'(4월6일)

API, 표준이냐 개별이냐 문제로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다시 고비가 왔습니다. 이번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걸림돌입니다.

API는 금융사와 플랫폼을 가진 테크기업의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과 규격을 뜻하는데요. 플랫폼 기업이 보험사 상품을 비교·추천하려면 보험료, 특약 등 정보를 보험사와 주고받아야 해 API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크게 '표준(통합)', '개별' API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표준 API가 정보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일화한 것이라면, 개별 API는 각각 회사별로 1대 1로 연결해 다른 정보 전송 방식을 쓰는 겁니다.

표준 API는 대형 보험사들이 선호합니다. 보험료, 보험상품, 특약 등 데이터 항목의 종류, 정보 개수, 상세 규격 등을 하나로 통합해 놓고 빅테크로부터 데이터 요청이 들어오면 이 값을 그대로 전송하는 걸 의미합니다. 지난 6월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금융위에 제안한 내용이래요.

손보업계가 비교·추천에 적용될 데이터 전산망을 만들 테니, 이를 참여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활용하라는 거죠.

보험업계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표준 API를 쓰면 보험사와 빅테크사가 일일이 전산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거예요. 업계가 공통으로 표준 API를 쓰면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손보사들이나 테크기업도 개별적으로 API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요.

플랫폼 기업들이 원하는 정보를 '취합'해 모두 제공한다는 건데, 어느 플랫폼이든 이를 바로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한 방식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을 가진 테크기업들은 표준 API를 반대합니다. 보험사와 플랫폼이 각각 연결되는 개별 API를 개발하는 게 맞다는 거예요. 표준 API를 쓰면 빅테크사들이 보험업계가 모아서 제공하는 '표준화된' 정보를 받아써야 한다는 거죠. 결국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차별성과 혁신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별 소비자의 상황에 맞춰 세밀·적합한 추천을 해주는 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텐데, 표준 API를 쓰면 사실상 사장된 보험비교 서비스인 '보험다모아' 꼴이 날 거라는 거죠.

'보험다모아' 거론된 이유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쳐

2015년 보험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문을 연 보험다모아는 금융당국이 주도해 만든 일종의 가격비교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보장성보험을 포함해 대부분 보험상품의 비교 기준이 '40세 남성·상해 1급(사무직 종사자 등)'에 맞춰져 있어 성별과 나이, 직종이 다른 소비자는 보험료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죠.

개별 API를 원하는 비교적 덩치 큰 테크기업들은 이런 점을 지적합니다. 공통 정보만 받을 수 있고 특약 같은 차별화된 정보는 표준 API로는 받기 어렵다는 거죠. 보험사들이 플랫폼 위에서의 경쟁이라는 시장 변화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게 지난 15일 보험업계와 빅테크업계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API 방식을 합의하지 못한 이유랍니다. 출시 목표 시점을 4개월여밖에 남기지 않고 답답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죠. 

보험사들과 테크사 관계자들은 모두 "의견 차이가 커 결론을 짓지 못했고 향후 다시 논의 하기로 했다"고 전합니다. 금융당국은 "API 방식은 보험업계와 빅테크가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났다고 하고요.

<[인사이드 스토리]②API 합의되면 끝일까…그 이후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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