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이르면 연말 베일을 벗습니다.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이 가동되는 겁니다.
이 서비스가 보험사, 빅테크, 보험설계사, 금융소비자 등에 미칠 영향이 커 이해관계자별 입장이 '복잡다기'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합니다. 취급할 수 있는 보험상품 범위, 수수료 한도 등에 대한 각각의 입장이 너무 달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지난해 8월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방안'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겨우 결론을 낸 이유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 온라인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결국 내년으로(2022년 11월 27일)
그래서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되면 어떻게 된다는 걸까요? 어떤 보험상품이 빅테크 플랫폼에서 비교·추천되는 건지, 수수료가 붙는다는데 보험료가 비싸질 가능성은 없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짚어봤습니다.
1. 언제 만나볼 수 있나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임·직원, GA, 보험설계사에 의한 보험계약 체결만(모집행위)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빅테크 플랫폼 회사가 보험 비교·추천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따로 필요합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도 불리는 혁신금융서비스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지정해 각종 인허가 및 영업행위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이달 중 빅테크 플랫폼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하면 5~6월중 혁신성, 소비자 편익 등 지정요건을 금융당국이 심사해보겠다는 겁니다. 이후 6월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최종 지정되면, 올해말이나 내년초 빅테크가 관련 전산 구축과 운영방안 정비 등을 통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되는 겁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총 17곳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핀테크 기업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현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곳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빅테크들입니다. 플랫폼과 제휴하겠다고 밝힌 보험사 역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위는 대다수 보험사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죠.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사업 기한은 한번에 2년으로 제한됩니다. 한차례 연장 허가(2년)를 받게되면 최장 4년까지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2024~2025년 상반기중 빅테크 플랫폼의 운영결과를 분석해 규제 면제 특례를 연장해주거나 제도화해 정착시킬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때 온라인(CM) 채널의 비중 변화를 비롯한 모집시장 영향, 불완전판매 비율 등 소비자보호 영향 등을 폭 넓게 고려한다는 계획입니다.
2. 어떤 보험상품이 비교·추천되나
빅테크 플랫폼이 비교·추천할 수 있는 상품은 보장내용이 비교적 표준화 돼 있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만 허용됩니다.
온라인 상품은 소비자가 보험설계사·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가입하므로 대면·전화(TM)상품 대비 기존 모집채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대면 설명, 전화통화 등 추가절차가 불필요해 플랫폼 비교·추천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보험기간이 1년 이내인 단기보험(화재보험·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연금을 제외한 저축성보험 등을 앞으로 비교·추천받을 전망입니다.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펫보험, 신용보험 상품도 포함됩니다.
암보험 등 건강보험,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은 비교·추천 서비스에 빠졌습니다. 이런 보험들이 들어가면 설계사·TM 등 다른 모집채널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부담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접근이 쉽고 간편한 빅테크 플랫폼에 고객이 몰릴 게 불 보듯 뻔해서죠.
다양한 특약으로 상품구조가 복잡해 비교·추천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판단도 들어 갔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제한된 범위의 상품을 우선 허용하고 향후 운영경과를 보고 상품범위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앞으로 포함될 여지는 남겨놨죠.
3. 수수료는 붙는다
보험모집은 크게 5단계로 구분됩니다. 설계사 및 TM의 보험 권유→보장내용 등 보험 설명→소비자의 가입의사 표시인 청약→보험 계약체결→사후관리 등 5단계로 구분되는데요. 빅테크 플랫폼은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고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보험사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사실 보험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온라인 상품은 수수료가 0원 입니다.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가입하니까요.
그런데 빅테크 플랫폼을 한 번 거치면 이에 따른 비교·추천 수수료가 붙습니다. 온라인에서 다이렉트(보험계약자→보험사)로 팔다가 중간다리가 하나 더 생기는 것(보험계약자→플랫폼→보험사)이니까요.
수수료 문제는 돈이 걸린 만큼 보험사와 플랫폼간 이견이 크게 갈려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가격 개입인 탓에 금융당국의 부담도 만만치 않았죠.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보험사와 플랫폼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보험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모두 금융당국에 기준을 정해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자동차보험을 예로 들며 "플랫폼 사업자는 10%, 보험사는 2%를 비교·추천 서비스 수수료로 제안해 간극이 컸다"고 설명했죠. 혁신금융서비스(시범사업) 중에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4. 2년후는 달라진다
이에 따라 빅테크 플랫폼의 비교·추천 서비스 수수료는 보험기간이 2년 이상인 장기보험은 설계사 모집수수료 대비 15~20% 이내로 제한했죠. 단기보험은 설계사 모집수수료 대비 33% 이내로 제한했고요.
이를 적용하면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대비 수수료 한도가 4%대로 제한될 예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제한된 퍼센트 만큼 보험료가 더 붙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비교·추천 서비스 수수료 제한이 2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시범사업 중에는 제한을 두지만 나중에는 "시장 자율로 둬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뜻이거든요. 금융당국 관계자도 "시범사업을 진행해 보고 다시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우리가 몇년마다 수수료를 협상해라 이럴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고요. 사실상 수수료가 상향조정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당국은 "플랫폼간 비교·추천 경쟁이 붙으면 수수료가 여기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금융소비자들이 자사 플랫폼을 많이 활용하길 원하면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몇퍼센트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 1위 배달서비스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알려 졌는데도 요기요, 쿠팡이츠 등 다른 서비스 업체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95%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한 플랫폼 업체가 시장을 독점한 이후에는 자율경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금융당국이 앞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5. "치아보험 없으시죠?" 전화 금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테크 플랫폼은 상품추천 알고리즘, 피해배상재원 확보 등 규제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코스콤 등 전문기관이 플랫폼 알고리즘의 적정성을 사전검증할 방침이고요. 플랫폼의 과실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배상할 수 있도록 계약실적에 비례한 영업보증금 최저한도를 의무화 했습니다.
개인에게 맞춤형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만큼 비교·추천과정에서 가공된 정보를 다른 곳에 활용·제공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됩니다.
예컨대 빅테크 플랫폼이 금융소비자의 보험 비교·추천 결과를 제3자인 보험대리점 등에 제공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금융위 관계자는 "이를 어기면 혁신금융서비스 취소로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비교·추천 서비스 마지막에는 플랫폼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와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가입하는 경우 둘의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안내토록 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보험 비교·추천만 받고 실제 가입은 보험사 다이렉트 홈페이지에서 해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