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출시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진입했다. 수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에서 앞으로 수백가지 보험상품이 비교·추천된다는 얘기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다양한 보험상품의 손쉬운 비교로 금융소비자 편의가 높아질 것인지, 아니면 빅테크 플랫폼의 또 다른 수익창구로 변질될 것인지. 다양한 지점에서 향후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소비자가 누리는 단기적 편리함의 결과는 보험료 인상과 산업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고, 소비자 부담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보험영업인 노동조합연대(보노련)이 지난 21일 진행한 '보험설계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핀테크 진출저지' 집회에서 나온 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들이 보험영업에 뛰어들면 카카오모빌리티처럼 독과점을 통한 불공정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지적이다. ▷관련기사 : [빅테크 규제]숨 쉴 수 없는 압박…왜 카카오일까?(2021년 9월 19일)
접근이 쉽고 간편한 빅테크 플랫폼에 고객이 몰릴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이렇게 되면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일자리와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보노련의 주장이다.
보노련은 금융당국에 "핀테크(빅테크) 기업에 대한 자동차보험 특혜 판매 허용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보험설계사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자동차보험이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탑재되면서 보험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 보험대리점(GA) 중심의 보험대리점협회는 자동차보험의 플랫폼 비교·추천을 마지못해 수긍한 상태다.
하지만 보노련과 같은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CM(사이버마케팅)을 통한 다이렉트 상품 판매 활성화로 자동차보험 대면 고객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 플랫폼까지 끼어들면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보험사들이 대면상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을 빅테크 플랫폼에 전담시키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있다. 빅테크 플랫폼이 대면상품에 대한 판매를 주로 맡게 되면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이나 보험사 내 별도 조직으로만 보험판매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GA업계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등에서 두 차례 집회를 열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차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자동차보험 판매 비용이 늘 공산이 커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원수보험료 기준)는 20조277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CM 채널 규모는 대략 40% 이상으로 8~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플랫폼에 지급할 수수료가 5% 내외로 책정된다면 단순 계산해 약 4000억~5000억원이 플랫폼 업체에 비교·추천 수수료로 지급되는 셈이다. 자동차보험이 1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이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손보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다이렉트 채널에서는 판매 수수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빅테크 업체가 상품을 비교·추천 해주는 명목으로 최대 5000억원의 비용이 더 들게 되는 것이다.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판매 주도권을 향후 빅테크 플랫폼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빅테크 플랫폼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비교·추천 서비스 수수료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는 게 문제"이라고 짚었다. 이 수수료는 일정 부분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손보업계는 소비자들에게 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 다이렉트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비싸다는 점을 알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보험 가입 전 알림창을 띄우거나 안내 문구를 추가하는 등의 최소한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