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손해보험업계에 자동차보험료가 또 다시 관심거리다. 정치권이 서민 고통 분담이라는 명목으로 보험료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보사들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는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10%대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다 보니 반대급부로 차 보험료 인하 기대감은 커졌다. 대형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2%대까지 인하해야 할지 '눈치 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2%대 인하 먼저 내세운 중견손보사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5~2.9%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은 메리츠화재 4.2%, 롯데손보 0.7%다.
두 보험사는 다른 대형 손보사보다 점유율이 낮고 대비 낮고,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도 좋아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메리츠화재가 74.1%, 롯데손보는 77.7%다. 사업운영비 등을 고려해 손보업계가 주장하는 적정손해율인 78~83%를 하회한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경우 삼성화재(76.5%), 현대해상(78.0%), DB손보(76.0%), KB손보(75.9%) 등 점유율 높은 대형사보다 손해율이 낮아 인하 여력이 더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의 경우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료 인하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년 만에 차보험료 인하에 나서는 셈이다. 가장 큰 인하폭(평균 연 2.9%)을 거론한 배경으로 보인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개인용·영업용·업무용 전체의 평균으로 자동차보험료를 2.9% 인하하기로 했다"며 "합리적인 보험료로 더 높은 수준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점유율 높은 대형 손보사 '전전긍긍'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보험료 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국민의힘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가 2%대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이하를 검토하고 있다"며 "빅4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탓에 당초 1%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계획했던 대형 손보사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의 약 85%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빅4'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자동차보험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가격 결정이 좌지우지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차보험료 연속 인하…'울며 겨자먹기?'(11월 8일)
하지만 결국 빅4 손보사들도 2%대 차보험료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3000억원대 흑자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들 상위 4개사들은 차보험에서 3981억원 규모의 흑자를 봤다.
실손보험료는 크게 올릴 예정인 것도 손보사들이 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버티기 어려운 배경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1~3세대에서 적자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10%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반대로 이익을 내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적잖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