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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상생금융'에 주주들 압박까지…금융지주 '난감'

  • 2024.01.18(목) 07:30

상생금융 등 비용 반영에 연간 실적 전망치 하락
얼라인 '주주환원 이행' 외쳤지만 작년과 상황 달라
주주환원 늘려도 문제…'돈 잔치' 비판 또 나올라

은행들이 부담한 상생금융 비용 60~80%가 지난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연간 순익이 기존 전망치 대비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의 '상생금융' 요구에 화답한 은행들은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까지 받아들면서 난감한 눈치다. 재무적 부담도 있지만 주주환원율을 높였다간 정부와 당국이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어 양쪽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상생금융 비용 약 60~80%를 지난해 4분기에 대부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의 경우 각사별로 약 2700억원~3500억원 가량의 상생금융 비용을 부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순익은 기존 예상치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 합계는 15조95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상생금융 비용이 반영되기 전 예상 순익과 비교하면 각 금융지주별 4분기 순익은 약 20~27%, 연간 순익은 3~7% 줄어든다. 일부 금융지주들은 상생금융 뿐만 아니라 태영건설 차입금 미회수 관련 우려 및 부동산 PF 및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서 실적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의 지배주주 순이익이 4조95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신한금융은 4조5488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전년동기대비 2.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은 3조6300억원으로 2.18% 늘어나고, 우리금융 순익은 2조8282억원으로 전년대비 9.9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주환원' 칼 빼든 행동주의펀드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지주에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해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 확대를 요구했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각 사가 정한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매년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금융지주들에 지난해 밝힌 주주환원책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주주환원율을 제시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말 CET1이 앞서 밝힌 목표치인 1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3%를 초과한 자본을 환원한 57.4%의 총주주환원율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에 대해서는 분기 균등배당을 가정해 35.8%를 요구했고, 하나금융지주는 CET1비율이 앞서 밝힌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최소 30.0%의 주주환원율을 언급했다.

우리금융지주에는 전년과 동일한 주당배당금(DPS)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34.6%의 주주환원율을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종금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주당배당금을 유지해 주주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때리기' 이어질까…주주환원 확대도 '눈치보기'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주주환원율이 '터무니 없다'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은행권이 과도하게 이자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이자장사' 이슈만 있었지만 올해는 상생금융 비용에 PF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등 충당금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을 둘러싼 압박이 여전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17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은행의 초과 이익이 상생금융 형태로 환원돼야 한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주주환원을 확대한다고 해도 당국의 눈총을 받을 것"라며 "지난해 수준의 주주환원율은 당국에서도 납득을 하겠지만, 그 이상을 하게 되면 늘어난 주주환원 규모 만큼 상생금융에 활용하라는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총주주환원율이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3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KB금융 및 하나금융지주 등이 4분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각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만큼은 기존 시장의 기대 수준을 최대한 충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2023년 4분기 다수의 손실 요인으로 인해 대부분 금융지주의 연간 실적 눈높이는 낮아지겠지만, 손실 요인 대부분이 경상 실적보다는 일회성 요인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금융지주들의 경우 주당배당금(DPS) 확대에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약 1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금융의 경우 DPS가 전년대비 오히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연간 순이익이 전년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만큼 DPS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지난해 1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고려하면 30% 내외의 총주주환원율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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