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예상대로 실적 성장을 멈췄다. 특히 하나금융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이 해외 투자자산 재평가를 통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으로 적자를 낸게 결정타가 됐다.
가뜩이나 금융권에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연체율 상승 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른 이자환급 등의 영향으로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성적표는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된 하나금융 성적표를 통해 이를 확인한 셈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던 하나금융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3%를 웃돌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했다.
예상됐던 부진에 아픈손가락 하나증권까지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4737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33.5% 감소했다고 31일 공시했다. 4분기 실적을 포함한 연간 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작년보다 3.3% 줄었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전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와 고금리 등의 부담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하나금융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룹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4분기 누적 3709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여기에 IB자산(투자자산) 관련 평가손실 반영과 충당금 적립,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른 이자환급 등 비경상적 비용을 인식하면서 4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연간 순이익 성장세도 멈췄다.
그룹 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조달금리 상승과 정기예금 비중 증가로 순이자마진 하락이 지속됐다. 이 영향으로 4분기 순이자마진은 1.76%로 전분기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연간 이자이익도 8953억원으로 작년보다 0.6% 줄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분기 수수료이익은 전분기보다 줄었지만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축적형 수수료 기반 확대와 금리 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으로 연간 매매평가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별로 보면 그룹 핵심인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2.3%(이하 전년대비) 성장했다. 대기업 등 우량자산 중심 대출 성장과 전년보다 116.1% 급증한 비이자이익 등이 성장을 주도했다.
다만 4분기만 보면 부진하다. 하나은행 4분기 순이익은 7102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3.2% 감소했다. 전 분기에 비해서도 23.4% 줄어든 숫자다. 하나은행은 총 3557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중 이자환급 등 2041억원은 작년 4분기 기타충당금으로 인식했다.
비은행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 연간 순이익은 각각 27.4%, 10.9% 감소한 2166억원과 1710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하나증권이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2708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투자자산 부실화와 자산가치 하락, CFD(차액결제거래)와 펀드 손실 등의 평가손익 반영과 충당금 적립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ET1비율 개선…주주환원 강화
하나금융은 실적 부진에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했다. 주주환원정책 기준이 되는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목표 수준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초 CET1비율이 13~13.5% 수준을 달성하면 전년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작년 4분기 기준 하나금융 CET1비율은 13.22%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하나금융이 채우지 못한 'CET1비율 13%'(23년 8월4일)
하나금융은 4분기 달러·원 환율이 안정화된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금융은 주당 16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앞선 3차례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하면 주당 배당금은 전년대비 50원 증가한 3400원이다.
연간 배당성항도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한 28.4%를 기록했다. 작년 초 실시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하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총 주주환원율은 32.7%이다. 이는 전년보다 4%포인트 이상 향상된 숫자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를 목료로 세웠다.
하나금융은 올해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가의 적정가치를 확보하고 저평가 해소를 위해 3000억원의 자사주를 연내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수한 자본 여력과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율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금융을 통한 사회적 책임 실천으로 이해관계자와 상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