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부문에서 2위였던 신한은행을 제쳤다.
지난해 신임 행장 취임 이후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외친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격차가 있다. 올해 우리은행이 1등 은행 목표를 선언한 만큼 기업금융 부문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640조4330억원으로 2022년 말 587조4590억원보다 52조9740억원(9.02%) 늘어났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국민은행 175조1573억원 △하나은행 162조460억원 △신한은행 160조6834억원 △우리은행 142조5460억원 순으로 많았다.
하나은행은 전년 기업대출 잔액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과 약 6조원 차이를 벌리면서 3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신한은행을 제치고 약 2조원 차이로 2위에 올라섰다.
이처럼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한 것은 하나은행이 지난해 기업대출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1.9% 증가했다.
이와 같은 성장률은 지난해 조병규 신임 행장 취임 이후 '기업대출 명가'를 내걸며 기업대출에 힘을 실었던 우리은행(10.3%)뿐만 아니라, 국민은행(7.7%), 신한은행(6.6%) 등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기대출 성장률 차별화…유일하게 두자릿수 성장
하나은행은 지난해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양쪽 부문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일제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에서는 갈렸다.
실제 지난해 대기업대출 잔액은 하나은행(31.5%)뿐만 아니라 신한은행(25.7%), 국민은행(30.1%)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전년대비 크게 늘어나면서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주채권은행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 성장률은 36.8%로 가장 높았다.
반면 하나은행은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서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0.4% 늘어나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성장률(5.9%)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국민은행(2.7%), 신한은행(2.9%)과는 큰 차이를 벌리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분만 놓고 봐도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원화 중소기업대출 증가분은 12조4690억원으로 우리은행(6조5530억원), 신한은행(3조6300억원), 국민은행(3조6520억원)과 비교해 2~4배 가량 많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기업대출은 주채권은행 등이 정해져 있어 포션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아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대출은 금리 민감도가 높다"라며 "하나은행이 지난 몇 년간 타 시중은행보다 낮은 비용으로 조달을 하면서 기업대출 금리 부문에서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협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은행과 '접전' 예고
하나은행이 올해도 기업대출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은행과의 치열한 접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 성장률에서 하나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0.3%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 발표회'에서 대기업부문에서 연간 30%, 중소기업부문에서 연간 10%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대출 잔액 기준 △2024년 말 159조9000억원 △2025년 말 181조7000억원 △2026년 말 207조4000억원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올해 약 17조4000억원의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올초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 은행을 목표로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기업금융 명가재건을 조기에 완수하고 지속 가능한 개인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올해 기업대출 성장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만큼 가계대출 확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 성장률을 바탕으로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특히 두 은행은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서 우량자산 확대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CFO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우량 기업 대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지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