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3년 연속 차 보험료를 인하한 상황에서 내년 보험료 인상 변수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삼성·DB·현대·KB·메리츠·한화·AXA·캐롯·하나·롯데·흥국·MG)가 지난 6일부터 전일(18일) 오후 3시까지 집계한 집중호우 차량 피해는 2941대다. 손해액은 269억9500만원으로 추정됐다.
전국적으로 물 폭탄이 떨어진 영향이다. 특히 1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의 '극한 호우'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 피해가 더 컸다. 기상청은 이날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더 내리고, 20일에도 많게는 8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엔 비상이 걸렸다. 장마는 이달 말까지로 예상되는데 피해 규모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8월에는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 등으로 전국에서 차량 2395대가 침수됐다. 당시 손보사들이 추산한 손해액은 175억원이었다.
대형 손보사 5곳(삼성·DB·현대·KB·메리츠)의 올 1~5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9.4%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적자 구간에 진입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약 85%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 등을 감안해 80% 이상이면 영업수지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차보험 손해율이 감소세를 보였다. 손해율은 2020년 85.7%→2021년 81.5%→2022년 81.2%→2023년 80.7%로 점차 줄었다. 자동차보험료는 손해율이 개선되면 이듬해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실제 양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덕에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 4월(1.2~1.4% 인하)과 지난해 2월(2.0~2.5% 인하), 올해 2월(2.5~2.6% 인하)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손보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여름철 수해 피해가 작년보다 심각한 데다, 겨울철 미끄러짐 사고 등으로 연말에 갈수록 손해율이 오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정비요금 등도 비싸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누적된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차보험 수익은 되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2023년과 비교해 침수 피해액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돼 예년보다 가파른 손해율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과 차량침수 피해와 고속도로 2차사고에 따른 인명·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대피알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보험 가입 정보를 활용해 침수 및 2차 사고 위험이 있는 차량에 대해 보험사와 관계없이 차주에게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