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4년 연속으로 내리기로 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주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려가는 모습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 인하할 예정이다. 최종 인하 시기는 내부 절차를 거쳐 확정할 계획으로 오는 3월 중순 책임개시되는 계약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손보사들 역시 0.5~1% 사이에서 보험료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2022년부터 4년 연속이다.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 1.2~1.4%, 2023년 2.0~2.5%, 작년 2.5~3.0% 인하됐다.
애초 손보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내비쳤다. 그간 계속해서 가격을 내렸던 만큼 손해율이 악화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사의 누계 손해율(4개사 단순 평균)은 83.3%로 전년(79.8%)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12월 손해율은 93%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5.6%)보다 7.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통상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80%(대형사 82%)를 손익분기점으로 인식하는데, 적자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보험사 실적 컨퍼런스콜(IR)에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우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삼성화재 측은 IR에서 "사업비 효율화를 통해 손익이 약화한 부분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료 인상 계획은 당장 말하긴 어렵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역성장하고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하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손익도 줄었다. 지난해 1~3분기 KB손보의 자동차보험손익은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나 줄었다.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손익은 960억원으로전년 동기 대비 53.8% 감소했다. DB손보 역시 33.9% 줄어든 1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화재도 33% 감소한 1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도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손보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최대 1% 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인하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자동차보험 상위 4개사가 지난해 4분기 자동차보험에서 259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폭설로 인해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자동차보험 손익이 큰 폭으로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