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벌써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3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에 따라 차보험 사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호소다.
하지만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고 있는 데다,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도 비교적 안정적이라 금융당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들이 거둔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총 44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6288억원 대비 29.6% 감소한 규모다. 폭설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도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손보사들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차보험료를 내렸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청에 화답하며 종전 대비 보험료(2.5~3%)를 크게 낮췄다.
A손보사 관계자는 "누적된 보험료 인하로 올해 자동차보험 사업 적자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B손보사 관계자는 "사업비 개선, 우량 포트폴리오 구축 등 우회적 보험료 확보를 병행하는 한편, 금융당국에 단계적인 원가 반영 필요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보험료 인상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손보사들이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5개 대형 손보사들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4조8411억원으로 집계됐다.▷관련기사 : 대형 손보사 실적 파티…중소형사는 뒷걸음질(8월16일)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지만 새 회계제도(IFRS17)상 실적에 유리한 장기인보험(암보험 등 건강보험)에서 충분한 이익을 낸 덕분이다. 5대 대형 손보사의 상반기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3577억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손보사 실적 잔치가 연말에도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호실적에 가시방석?…보험사들 웃음 '꾹'(8월20일)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원칙적으로 각 회사 자율이지만, 사실상 금융당국 통제하에 있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데다, 소비자물가지수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가계 지출에도 영향이 커 정부도 보험료 인상에 민감하다.
앞서 장마철 집중호우 등에 따른 차량 피해로 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질적으론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낸 점도 걸림돌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손보사 5곳의 7월까지 누계 손해율은 79.8%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2.4%포인트 상승했지만 손익분기점(80%)은 여전히 하회했다.
더불어 차 보험금 누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경상 환자의 보험금 지급기준 합리화 등 제도개선이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 중이라 향후 손해율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차보험료 인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상반기 실적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차보험 손해율이 위험수위까지 올라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