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그간 카드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2030세대 신규 회원 유치와 고객 편의성 증대 등 얻을 수 있는 효익이 더 많다는 판단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애플페이 연동을 위해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사)와 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해 8월 애플페이 구축을 위한 관련 기술(탠덤) 경력자 구인 공고를 올렸다가 바로 삭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목표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때 전 카드사를 고려해 시스템을 구축해뒀기 때문에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와 VAN사가 작업할 것은 없다"며 "카드사가 애플 측과 협의만 끝나면 곧장 연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 회사 모두 "애플페이 도입에 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3월 애플페이를 론칭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애플과 애플페이 1년간 독점계약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빼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바로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약 2년이 지나도록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회의적이었던 이유는 근거리통신기술(NFC) 단말기 보급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단말기를 사용하는데, 애플페이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비접촉 방식의 NFC 결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을 10% 안팎으로 추산한다.
애플이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도 카드사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카드업계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중국(0.03%)과 비교해 5배 높은 수준이다. 삼성페이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부터 지금까지 카드사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신규 회원 유치 효과도 현대카드가 선점해 후발주자들이 누릴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는 소비자 니즈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애플페이는 해외 결제 활용도가 높고 소비력 있는 20~30세대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5%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5 시리즈의 사전 예약자 10명 가운데 8명은 20~30대였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전 예약자 역시 20~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연간 국내·외 개인 신용카드 결제금액(국세·지방세·현금서비스·카드론 제외) 131조1224억원으로 집계되며 업계 1위 신한카드(126조7234억원)를 제쳤다.
전체 회원 수(본인기준)는 1224만6000명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할 당시(2023년 3월)인 1032만1000명보다 192만5000명이 늘었다. 신한카드와의 격차도 394만명에서 167만명으로 줄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가 신용판매로 거둬들일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지만,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부수 업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회원 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회원 규모가 클수록 이용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카드사들이 모집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카드의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애플페이 효과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 하나로 편리하게 결제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많고 카드사들도 아이폰을 이용하는 2030세대 고객들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NFC 가맹점이 많지 않고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