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던 MG손해보험이 재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수차례 매각 실패 전례와 극도로 낮은 건전성 지표를 고려하면 실제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매각 추진에 정치권의 중재가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사에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1일 예금보험공사와 MG손보 노동조합은 MG손보 재매각을 추진하는 안에 합의했다.

"재매각 시도, 계약이전 일정엔 영향 없다"
예보는 당초 계획대로 가교보험사를 통해 5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로 계약이전을 진행한다.
다만 합의안에는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이전 일정이 지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가교보험사 직원 채용과 인력구조 효율화, 매각 추진시기 및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합의할 예정이다.
예보 관계자는 "MG손보 보험계약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현재의 보험계약이 유지될 것"이라며 "가교보험사가 보험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해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MG손보의 신규 영업을 정지하고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기존 보험 계약을 5대 손보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MG손보 '모든 계약' 5개 손보사로…"계약 변경 일절 없다"(5월14일).그러나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10% 안팎의 임직원과 전속설계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예보와 MG손보 노조가 지속 협의하면서 이번 합의안이 도출됐다.
인수자 찾기 험로…정치권 압력 작용하나
문제는 인수 의향을 가진 금융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예보가 MG손해보험 매각을 시도한 건 총 5번에 달한다. 예보는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예비입찰을 3차례 진행한 끝에 예비인수자를 선정했다. 이후 첫 본입찰은 무응찰로 마감됐고, 이어진 재공고 입찰에서는 적격자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해 8월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이후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가 담보되지 않은 수의계약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인수를 포기했다. ▷관련기사: '매각 불발' MG손보, 124만 보험 가입자 운명은?(3월13일).
실사 등의 과정에서 노조와 부딪혔던 메리츠화재도 현재로선 재도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MG손보는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도 보험업법상 기준치인 100%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1분기 기준 MG손보의 킥스 비율은 -18.2%다.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정치권이 MG손보의 매각 추진 과정에 직접적인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노조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개방형 가교보험사 설립과 재매각 추진에도 정무적 동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이번 잠정 합의안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의 중재로 마련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MG손보는 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발적으로 인수에 나설 곳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