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표 페인트’로 잘 알려진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의 장손이 올해 만 36살의 나이에 부사장을 달았다. 입사 8년만이다. 노루의 3대(代) 대물림 시계가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대를 이어…3대 후계자 한원석 고속승진
5일 노루그룹에 따르면 지난 2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한원석(36) 노루홀딩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한정대 창업주의 장손이자 2대 경영자 한영재(67)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장녀 한경원(39)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NSDS) 실장 또한 상무보로 승진했다.
한 신임 부사장은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2014년 노루홀딩스에 입사,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28살 때다. 2017년 11월 전무로 승진, 현재 업무부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지주사 노루홀딩스, 주력사 노루페인트 등 12개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후계 0순위’다.
한 신임 상무보는 처음으로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그동안 NSDS를 총괄하는 실장으로 활동해 왔다. NSDS는 노루페인트의 컬러 전문 연구기관이다. 시즌별 컬러 트렌드 전망과 국내외 기업들의 제품, 공간, 브랜드에 대한 컬러 및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조직이다.
한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더욱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 대물림 또한 2016년 말부터 시작해 올 들어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홀딩스 개인지분 38.44%(보통주 기준)를 차고 넘치는 내부일감을 기반으로 소리 소문 없이 준비해 온 3장의 카드를 활용해 후계자인 한 부사장에서 서서히 넘기는 특징을 갖는다.
승계 지렛대 DIT→R&C의 주목받는 활용가치
한 부사장은 현재 노루홀딩스 지분 3.75%를 소유 중이다. 대부분 2016년 12월 한 회장이 넘겨준 지분이다. 즉, 한 부사장이 물류업체로서 ‘계열빨’로 돈벌이를 해온 노루로지넷 지분 49%를 홀딩스에 매각(74억원)한 뒤 이 자금으로 한 회장의 홀딩스 지분 3.08%(61억원)를 인수한 것.
올해 들어서는 소위 ‘쓰리쿠션’을 쳤다. IT업체 ‘디아이티(DIT)’를 지렛대 삼았다. 한 회장이 올해 5월 블록딜을 통해 홀딩스 지분 4.51%를 디아이티에 처분했다. 액수로 70억원어치다. 디아이티의 주인이 한 부사장이다. 지분도 97.70%나 된다. 디아이티가 한 회장(30.57%)에 이어 현재 홀딩스 2대주주로 있는 이유다. 한 부사장이 개인자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홀딩스 지분 총 8.26%를 직접적 영향권에 두게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 부사장의 승계 기반으로서 디아이티의 활용가치는 앞으로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디아이티가 계열 IT일감을 메인으로 한 알짜 업체여서다. 2017~2021년 한 해 매출 70억~80억원대에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13억원, 많게는 23억원을 벌었다. 이익률이 낮아봐야 19.6%, 높으면 27.1%다. 계열매출이 높게는 57%로 절반을 넘는다.
디아이티는 2020년 8월 홀딩스 소유의 지분 50%를 36억원에 인수, 도료용 수지 및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 노루알앤씨(R&C)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역시 내부거래가 적잖은 곳이다. 즉, 노루케미칼로부터 수지를 들여와 도료 계열사들에 판매하는 게 주된 일이다. 매출 545억원, 영업이익 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작년 노루케미칼과의 거래액 213억원에 계열 매출이 277억원이다.
따라서 3대 후계자인 한 부사장 소유의 디아이티(100%)→노루알앤씨 계열의 가치는 부친인 한 회장으로부터 향후 증여 등을 통해 홀딩스 지분을 넘겨받을 때 증여세 등 재원을 마련하거나 지배기반을 다지는 데 요긴하게 써먹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