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발전·제철용 산업설비업체 비에이치아이(BHI)의 경영권이 초기 투자자 일가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창업자의 경영 퇴진과 1300억원의 주식 현금화는 경영권 이양에 마침표를 찍은 단적인 징표다.

초창기, 대표 우종인 50% vs 투자자 박은미 49%
BHI 우종인(65) 전 대표는 이달 9일 블록딜(시간외매매)을 통해 개인 지분 16.42% 중 7.95%(246만주)를 처분했다. 주당가격은 5만2528원, 매각금액은 1290억원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초에는 각자대표직은 물론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우 전 대표는 BHI의 창업자이자 전 최대주주다. 경남공업전문대 일본어과 출신으로 12년간 덴소풍성전자(현 덴소코리아)에서 근무한 뒤 1998년 6월 BHI의 전신(前身) 범우이엔지(2009년 3월 현 사명변경) 창업에 참여했다. 이어 5개월 뒤 주식 6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올랐다.
오너로서 경영도 직접 챙겼다. 1998년 12월 대표로 선임된 뒤 2008년 12월부터는 조원래(67) 현 수석부사장과 각자대표를 맡아 BHI를 이끌어왔다. 우 전 회장이 경영 총괄, 조 부사장이 관리·기술·생산을 총괄하는 구조다. 조 부사장은 삼성중공업·삼성자동차·에스원을 거쳐 2003년 말에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다.
바꿔 말하면, 우 전 대표의 퇴진은 BHI의 초창기 투자자이자 현 최대주주가 BHI의 경영권을 접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은미(63)씨다. 2005년 12월 상장 전(前) 우 전 대표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을 당시 나머지 49%를 가지고 있던 이다. 박씨 30%, 친인척 차미림(59)씨 19%다. 다만 주요주주 지위만 가졌을 뿐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2014년 최대주주 교체 계기 경영권 이상 조짐
2014년부터 BHI 경영권에 이상 조짐이 있었다. 2월 박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개인지분 20.92%에 차씨(10.75%), 남편 이근흥(67) 현 BHI 부회장, 장남 이명환(39․옛 이름 이윤호)씨, 장녀 이가현(36) 전무를 합해 33.18%를 보유했을 때다. 우 전 대표는 직접지분 25.09%와 부인 박미영(63)씨, 두 아들 우동만(38)․우동민(35)씨 8.02% 등 33.11%였다.
특히 박씨는 이를 계기로 지분 소유 목적을 돌연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때를 같이 해 남편 이 부회장이 한 달 뒤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했다. 또한 2년 뒤인 2016년 3월에는 맏딸 이 전무가 26살의 나이에 사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우 전 대표의 후임으로 대표로 선임됐다. BHI는 기존 조 부사장과 더불어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에 더해 장녀가 전략기획실 전무로서 7명(사내 5명·사외 1명)의 이사진 중 한 자리를 차지하며 부녀(父女)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박씨 지분은 개인 16.8%에 일가 4명과 가족회사 BHI건설 소유의 6.86% 도합 23.67%다. 우 전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8.47%로 축소됐다. 아울러 부인과 두 아들 또한 2017년 6월부터 작년 8월까지 전량 매각해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발전용, 제철용 산업설비업체 BHI는 배열회수보일러(HRSG)가 주력이다. 국내 2개사와 미국·이스라엘 등에 4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작년에 역대 최대치인 1조8000억원의 신규 수주실적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1만원을 밑돌던 주가가 재작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현재 5만4100원(9일 종가)까지 치솟은 이유다.
2024년 매출(연결기준) 405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219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이후로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7.9%(2520억원) 증가한 5093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258.0%(369억원) 불어난 512억원으로 뛰었다. 이익률은 5.5%에서 10.1%로 두 자릿수를 찍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