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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한일시멘트 No2 허기수 ‘권불1년’ vs 종손 허준석

  • 2023.03.03(금)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④
허기준 회장 동생 허기준 존재감 미미
막내 허기수 홀딩스 1%…입지도 축소
향후 가업 세습 장남으로 직행 가능성

세월이 제법 흘렀다. 건축자재 중견그룹 한일시멘트의 ‘허(許)’씨 일가 장손(長孫)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지도 어느덧 18년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3대 경영자 허기호(57) 회장의 후계구도를 넘겨짚어 볼 때도 됐다.

때마침 허 회장이 가업을 세습 받은 직후부터 음으로 양으로 종손(宗孫)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선대(先代)에서 보여줬던 ‘형제 승계’를 배제하고 바로 장남으로 ‘4대 직행’이 점쳐지는 이유다.  

3대도 형제 승계?…의문부호 세례

한일시멘트 2대 체제는 고(故) 허채경 창업주의 5남1녀 중 ‘섭(燮)’자 돌림의 ‘정·동·남’ 형제 승계로 요약된다. 1992년 장남 허정섭(84)→2003년 3월 3남 허동섭(75)→2012년 3월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이 차례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반면 3대에서도 형제 승계가 이뤄질지 여부에는 의문부호 세례가 쏟아진다. 앞서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②편’에서 기술했지만, 2대 때는 ‘정·동·남’ 명예회장 중 모태이자 지주회사격인 옛 한일시멘트㈜ 지분에 확실히 우위를 점한 집안이 없었던 반면 지금은 180도 딴판이기 때문이다. 

허정섭 명예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인 허 회장은 한일홀딩스 최대주주로서 개인지분이 31.23%다. 차남 허기준(54) 전 한일Development 부사장, 3남 허기수(53)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부회장은 각각 1.57%, 1.15%에 불과하다. 

그룹 경영권 자체인 지주사 지분만 놓고 보면, 허 회장의 두 동생은 지배기반에 전혀 손대지 않았고, 그 결과 존재감이 없다시피 하다. 허 회장이 2005년 1월 경영일선 등장 이래 옛 한일시멘트㈜ 지분 1.84%에서 시작해 그룹 장악에 공을 들여왔던 것과 대비된다. 

막냇동생 허기수 1년 만에 ‘경영 뒷선’

두 동생의 활동 반경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허 전 부사장은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출신이다. 2003년 12월 한일건설 이사, 2007년 1월 한일Development 부사장 등을 지냈지만 지금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게 한일시멘트 측의 전언이다. 

다만 허 부회장의 경우는 다소 결이 다르기는 하다. 현재 경영에 몸담고 있고, 한 때 잘나가기도 했다. 즉, 지주사는 허 회장,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주력 시멘트 2개사는 막냇동생인 허 부회장이 각각 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던 것.  

허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2014~2020년 레미콘 제조업체 한일산업 부사장을 거쳐 2018년 7월 지주 체제 전환 뒤에는 사업 자회사 한일시멘트㈜의 경영·관리·기술본부 총괄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2020년 11월 한일시멘트, 2021년 3월 한일현대시멘트 각자대표에 선임됐다.  

허나 딱 여기까지다. 허 부회장은 2021년 11월 양사 대표에서 동시에 물러났다. 각각 1년, 9개월만이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전근식 현 사장이 단독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한일현대시멘트는 허 회장, 한일시멘트㈜는 허 부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결국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향후 과도기적인 막냇동생 회장 체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보다는 바로 4대로 가업 세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때를 같이 해 허 회장이 후계승계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4대 허준석 가업세습 시간이 해결할 일 

허 회장은 현재 유명 연예기획사의 1대주주이자 대표로 활동 중인 전(前) 부인(2017년 이혼)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허준석(26)씨와 장녀 허지수(23)씨다. 

허준석씨가 한일홀딩스의 전신, 옛 한일시멘트㈜ 주주로 등장한 때가 2017년 9월이다. 허 회장이 2016년 3월 회장직을 승계한 데 이어 이듬해 4월 최대주주로 부상했던 바로 그 해다. 허 회장이 ‘1인 체제’를 구축하는 와중에도 대물림을 위해 사전정지작업에 나선 것을 볼 수 있다. 

허준석씨는 장내에서 13억원을 들여 주식 0.13%를 매입했다. 이어 2018년 7월 지주회사 전환 당시 현물출자·유상증자에 참여해 0.30%로 확대했다. 12월에 가서는 계열 주주사로 있던 중원㈜로부터 0.23%를 8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홀딩스 지분 0.57%를 소유한 이유다.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③편’에서 상세히 언급했지만 중원㈜은 허 회장이 1대주주(33.96%)로 있었던 곳이다. 중원㈜은 2018년 12월 홀딩스 지분 9.01% 중 6.43%를 총 236억원에 오너 일가 3명에게 넘겼는데, 허 회장(5.80%․213억원), 허기준씨(0.41%․15억원) 외에 허준석씨에게도 매각했던 것. 

비록 오빠에 비해서는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허 회장의 맏딸 허지수씨도 한일홀딩스 주주다. 2020년 2월 장내에서 4억6300만원 주고 매입한 0.21%를 보유 중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홀딩스 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 중 4세는 준석·지수 남매뿐이다.  

한일시멘트의 ‘허’씨 일가 종손의 나이 올해 26세, 비록 본격적인 경영수업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는 소리 들리지 않고, 허 회장 또한 왕성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지만 4대 승계는 시간이 해결할 일로 보인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⑤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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