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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서울랜드, 한일시멘트家 정·동·남 재산분할의 숙제?

  • 2023.03.13(월)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⑧
원래 창업주 4남 허남섭 몫으로 분류
과거 독자 경영…가족社 지분도 11%
장남 허정규 이사회 합류 배경 촉각

세월이 제법 흘렀다. 창업주의 장손(長孫)이 가업의 적통을 이은 지도 7년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 핏줄’인 방계가(家)에서 베일에 가려졌던 오너 3세의 출현은 갑작스러웠지만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다.    

올해 32살의 미국 시민권자 허정규(미국명 허제이정)씨. 시멘트·레미콘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자재 중견그룹 한일시멘트 고(故) 허채경 창업주의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의 맏아들이다.  

등장 무대는 서울랜드다. 한 때 부친 몫으로 공인(?) 받은 계열사지만 재산분할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한일시멘트 허(許)씨 일가 지배구조에서 향후 서울랜드 주인의 향방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代이어 서울랜드 발 들인 오너 부자

㈜서울랜드는 1986년 1월 설립된 한덕개발(2013년 5월 사명변경)을 전신(前身)으로 한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의 놀이동산 ‘서울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8년 5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테마파크다. 한식 레스토랑 ‘로즈힐(Rose Hill), ’캘리포니아피자키친(CPK)’ 등의 외식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서울랜드가 원래는 한일시멘트 지배주주 일가인 ‘섭(燮)’자 돌림 ‘정·동·남’ 2세 삼형제 중 허남섭 명예회장 몫으로 얘기되던 계열사다. 2016년 3월 장조카 허기호(57) 현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1992년부터 정(84)→동(75)→남으로 이어지는 24년에 걸친 형제 경영의 맨 마지막 회장이다.

예전 경영 행보가 입증한다. 서울랜드 대표에 오른 때가 맏형이 가업의 경영권을 승계했던 1992년이다. 2002년 6월까지 대표이사 회장 명함을 들고 서울랜드를 독자 경영했다. 2007년 6월까지는 3형제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딱 여기까지다. 현재까지 서울랜드 이사진에 적을 둔 적이 없다. 또한 한일건설 회장(2003년 3월~2008년 12월)을 거쳐 한일시멘트 회장(2012년 3월~2016년 3월)을 지낸 뒤로는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잃은 지도 한참 됐다.   

한데 ‘서울랜드=허남섭’ 등식이 오래 전에 깨졌다고 세간에 인식된 무렵, 돌연 오너 3세가 서울랜드에 등장했다. 지난해 3월 허 명예회장의 1남1녀(정미·정규) 중 장남 허정규씨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현재 전문경영인 김대중·박세화 공동대표를 비롯해 4명의 이사진 중 오너 일가는 허정규씨가 유일하다. 

한마디로 대(代)를 이어 서울랜드 경영에 발을 들여놓은 모양새다. 이런 이유로 장조카의 지배 아래 있는 서울랜드가 향후 숙부에게 넘어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상장사 주식만 711억 재력가 집안

사실 서울랜드는 창업주 4남 몫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경영에만 국한된 것일 뿐 소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남섭 명예회장 대표 재임 기간인 2001년 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라고 해봐야 직접 보유한 1%가 고작이다. 모태 옛 한일시멘트㈜(현 한일홀딩스)가 무려 95%를 소유했다. 

반면 지금은 양상이 약간 다르다. 비록 허기호 회장(31.23%)→한일홀딩스 지주회사 체제의 자회사지만 지주 지분이 85.67%로 축소된 상태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기술하겠지만, 무엇보다 허 명예회장의 가족회사 한덕개발(옛 ㈜차우)과 세우리가 각각 7.54%, 3.23% 도합 10.77%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2005년 1월 서울랜드가 공연․광고업체 서울랜드프로덕션을 흡수합병한 데 기인한다.  서울랜드프로덕션의 양대 주주가 두 가족회사였던 것. 허 명예회장이 서울랜드 지배기반 확보에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한덕개발과 세우리는 서울랜드에 본점이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허 명예회장 일가는 돈이 없는 집안이 아니다. 허씨 일가의 상장 계열사 주식만 해도 한일홀딩스(5.66%·196억원), 한일시멘트(2.62%·210억원)와 형제사 녹십자홀딩스(4.11%·306억원) 등 711억원(8일 종가 기준)어치를 가진 재력가 집안이다. 이래저래 향후 일가의 서울랜드 인수 가능성에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다.  

변수는 있다. 인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테마파크 서울랜드 운영사업자인 ㈜서울랜드는 1988년 5월 개장 이래 기부채납 방식으로 26년간 무상 운영한 뒤 2014년 서울시 사업자 공모에서 다시 선정돼 8년간 다시 운영해왔다. 이어 작년 5월 입찰에서 낙찰돼 오는 2027년 5월까지 5년간 연장된 상태다. 

총자산은 1230억원(작년 9월 말 기준)이다. 2018년 701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에는 코로나19 탓에 215억원으로 축소, 3분의 1 토막 났다. 순익은 더 문제다. 2017년 이후 단 한 해를 빼고는 많게는 192억원 적자를 냈다. 2019년 흑자(100억원)라는 것도 농산물 도매법인 동화청과 지분 매각(99%·763억원)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거리다. 2021년 매출 314억원에 이어 작년 1~9월에는 358억원을 올렸다. 순익은 1억원가량 흑자를 냈다. 2019년 거액의 매각자금이 유입된 까닭에 부채비율 45%에 현금성자산 226억원을 갖고 있을 만큼 재무건전성 또한 아직은 양호하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⑨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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