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에너지그룹 서울도시가스(SCG)의 후계자가 개인회사를 발판으로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판 계열사 서울가스가 뒤를 봐주는 사업기반 위에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향후 가업세습을 위한 알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진화할 지 주목거리다.
김요한→SCG솔루션즈→SCG그리드→주빅스
9일 SCG그룹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통신기술 개발업체 주빅스(JUBIX)를 계열 편입했다. SCG그리드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 89.91%를 확보했다.
SCG 오너 김영민(79)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인 김요한(42) 서울가스 기획조정실장(부사장)의 계열 확장을 의미한다. 개인회사(지분 100%)인 SCG솔루션즈를 정점으로 연쇄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들고 있는 것.
SCG솔루션즈는 기업용 IT제품 유통, 도시가스 용역관리 및 배관설비 공사, 빌딩·시설 관리 업체다. 2022년 2월 인수한 예스코 계열 가스미터기 제조업체 대한가스기기가 현 SCG그리드다. 지분 71.43%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도 도시가스 요금 납부 애플리케이션 ‘가스앱’을 운영하는 SCG랩(지분 40%), 호텔식 홈클리닝 및 침구류 교체 서비스 업체 홈텔리어(80%)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태국·중국 등에 3개 해외법인도 있다.
이번에 편입된 주빅스는 2012년 8월 설립된 업체로, 전기에너지 유료 서비스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차지팟(Chargepot)’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42억원 매출에 2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주빅스 인수를 계기로 김 실장은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대표는 이준기(58) SCG그리드 대표가 겸임하고 있다. 서울가스 전략기획총괄 상무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서울가스 주식 0.01%…SCG솔루션즈 ‘믿는 구석?
바꿔 말하면, 향후 김 실장이 SCG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디딤돌로서 SCG솔루션즈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 2위 도시가스업체이자 SCG의 핵심 주력사인 서울가스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
현재 서울가스는 김 회장이 개인 지주사(98.04%․이외 자사주 1.96%) 보운㈜(옛 도시개발)의 26.27%, 직접 소유 9.54% 도합 35.81%의 지분을 소유, 여전히 강력한 오너십을 쥐고 있다. 반면 김 실장은 0.01%로 없다시피 하다.
반면 SCG솔루션즈는 계열 확장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서울가스를 든든한 ‘뒷배’로 두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작년 재무 수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매출(별도)에 288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151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서울가스 매출이 371억원이다.
특히 주로 서울가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용역매출(377억원)과 공사수익(88억원)의 마진율이 각각 19.8%(75억원), 9.8%(9억원)다. 이는 IT제품 유통 부문의 7.9%(매출이익 192억원/매출 2420억원)를 웃돈다.
즉, 김 실장의 1인 회사 SCG솔루션즈가 서울가스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총자산(2023년 말 별도) 1350억원에 이익잉여금은 603억원이 쌓여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김 부사장이 직접 매입하든, SCG솔루션즈를 통해 우회적으로 취득하든, SCG솔루션즈를 서울가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합병 등을 통해 김 회장 소유의 최상위 지배회사 보운㈜로 갈아탈 수도 있다. 아니면 보운㈜, 서울가스등 김 회장의 핵심 지분 증여시 세금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