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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회장에게 남은 '0.3%'의 의미

  • 2013.07.17(수) 10:35

산은, STX조선 정상화 방안..강덕수 회장 지배력 '상실'

STX그룹이 본격적인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례와 유사하다.

대주주의 지분은 무상감자를 통해 대폭 줄어들고 회사는 채권단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다. 이후 채권단은 신규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법칙'이다.

◇ 산업銀, STX조선 정상화 방안 제시

STX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채권단에게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주 내용은 STX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1조8500억원 지원, 수입 신용장(LC) 대금 3억달러(약 3000억원) 지원 등이다. 또 STX조선해양의 채권 약 7000억원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도 포함됐다.

아울러 STX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지주회사 ㈜STX의 지분은 100대 1 무상감자하고 소액주주 등은 3대 1의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받으면 확정된다.

이번 경영 정상화 방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STX조선해양의 대주주인 ㈜STX의 지분을 100대 1로 무상감자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있다.

◇ 강덕수 회장, 그룹 지배력 상실

그동안 STX그룹은 지주회사인 ㈜STX가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팬오션, STX에너지 등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STX의 최대주주인 강덕수 회장의 지분율은 6월말 현재 8.28%다. 강 회장은 이 지분을 바탕으로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현재 '수술중'이다. STX엔진은 자율협약을 신청, 현재 정밀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STX팬오션은 매각이 무산돼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고 STX에너지는 이미 일본 오릭스로의 매각이 결정됐다.

남은 것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뿐이다. STX조선해양은 지주회사인 ㈜STX가 지분 30.6%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확정될 경우 ㈜STX의 지분율은 0.306%로 떨어진다.

이는 곧 ㈜STX를 통해 STX조선해양을 간접 지배하던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의 지배력이 상실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STX조선해양이 5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STX중공업도 채권단 산하로 들어간다.

산업은행의 이번 경영 정상화 방안을 두고 '해체 수순'이라고 보는 이유다.

◇ 채권단, STX조선의 '새 주인'으로

산업은행이 100대 1 무상감자 카드를 빼든 것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채권단에서는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STX그룹 구조조정을 결정한 상태다.

현재 STX조선해양의 대주주인 ㈜STX는 워크아웃이 아닌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자율협약'을 맺은 상태다. 따라서 채권단의 지배력에는 한계가 있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오너의 지배력을 희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이 100대 1 무상감자의 배경이다.

여기에 STX조선해양의 채권 7000억원을 자본에 편입시킨다. 100대 1 무상감자에 채권 7000억원 자본 편입은 곧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신속한 유동성 공급과 기업 회생을 위한 조치다.


[STX그룹이 본격적인 해체수순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주력계열사인 STX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채권단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채권단의 동의 여부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방안을 일부 채권단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무상감자 비율과 지원액수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STX조선해양 채권은행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아울러 강덕수 회장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비록 지배력은 상실하지만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경우 처럼 실질적인 경영은 담당하도록 할지, 아니면 강덕수 회장을 물러나게하고 전문 경영인을 세울지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대 1 무상감자와 더불어 신규 자금 지원은 당근과 채찍을 함께 포함한 방안"이라며 "이는 금호아시아나나 팬택에서도 사용된 방법으로 채권단이 STX그룹의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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