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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이텍' 동부의 반도체 꿈 꺾이다

  • 2013.11.17(일) 16:03

'확신있기에 분투하고 있다'던 반도체 매각
3조 자구안 통해 재무구조 개선 주력

"동부는 산업보국의 사명감으로 국가 투자나 지원없이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 2008년3월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경영자 대상을 받는 자리. 당시 적자에 시달리던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두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사업성격상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정책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오로지 기업의 힘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은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한국의 전자산업 기반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며 "선진국형 사업, 첨단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동부아남에서 하이텍까지

 

동부그룹은 지난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며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후 반도체사업에 중장기적인 로드맵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해 '동부아남반도체'를 설립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하지만 급변하는 반도체 시황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2006년초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도체사업에 대한 우려가 동부그룹 전체로 번지기 시작하자 김준기 회장은 우량계열사와의 합병을 결심한다. 합병대상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동부한농화학. 동부일렉트로닉스와 동부한농화학은 2007년 동부하이텍으로 재탄생한다.

 

농약과 비료 등 농업부문, 그리고 반도체사업이 공존하는 사업을 가지고 있던 동부하이텍은 2009년 농업분야를 다시 분리해낸다. 농업사업을 매각해 반도체사업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만큼 김준기 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갖는 애착은 컸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에게 더 이상의 시간은 없을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17일 동부하이텍의 매각을 발표했다.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이)확신이 있기에 힘든 길이지만 분투를 하고 있다"고 말했던 김준기 회장의 꿈도 결국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까지 내놓은 동부의 결단

 

동부그룹의 강도높은 자구방안중 주목되는 점은 역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3조원이라는 규모와 동부하이텍의 매각이다.

 

시장에서는 동부의 자구안 규모가 2조원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구조조정안에 동부하이텍 매각이라는 초강수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이번 계획에 담긴 동부그룹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반증이다. 이번 자구안을 통해 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겠다는 김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동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구노력 확대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동부는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포함해 각종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금융과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 4개 분야를 중점 육성키로 했다. 새로운 투자보다 재무구조 개선과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부그룹은 이번 자구안이 진행되면 현재 6조3000억원 규모인 차입금이 2조9000억원으로 줄어들고, 부채비율 역시 270%에서 170%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오는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완전히 졸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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