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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펄프, 비운의 기업史

  • 2013.12.10(화) 14:59

최병민 회장, 경영난으로 2009년 희성전자에 매각
친정집 주식 1200억원 자산가 구미정씨 행보 관심

다손(多孫) 집안인 LG 구(具)씨가(家)는 일가들이 주력 계열사 주식을 골고루 나눠 갖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비록 방계 집안이라 해도 주식부호들이 많다. 구자경(88)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 최병민(61) 깨끗한나라 회장 일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불운한 경영인’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던 최 회장이 과거 주인으로 있던 깨끗한나라(옛 대한펄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자산가인 부인 구미정(58)씨의 향후 행보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

◇공격적 설비증설 부메랑

종합 제지업체 깨끗한나라는 전신(前身)이 1966년 3월 설립된 대한팔프공업이다. 1991년 2월 대한펄프로 사명을 바꾼 뒤 2011년 3월 지금의 이름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현재 제과·제약·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와 화장지·기저귀 등의 위생용지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백판지는 한솔제지에 이어 업계 2위(생산량 기준), 위생용지는 3~4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다.

창업주 고(故) 최화식 회장은 한국제지 초대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1954년 무역업체 국화산업을 차린 뒤 주로 종이류를 수입해 팔며 제지업계에 발을 디뎠다. 한 때 일국증권을 경영하기도 했지만 대한팔프공업을 세우면서 다시 제지업계로 돌아왔다. 1975년 6월에는 대한팔프공업을 증시에 상장시키고, 이듬해 1월에는 신양제지를 인수하는 등 초석을 다졌다.

최병민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때는 1980년이다. 그 해 부친이 타계하면서 자연스레 기업을 물려받았다. 최 회장은 부친이 닦아놓은 안정성장의 토대 위에 파죽지세로 외형을 불려나갔다. 1985년 11월 금강제지를 인수해 화장지 생산에 뛰어들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설비 증설에 돈을 쏟아부었다. 계열사들도 잇따라 늘려 1998년에는 6개사나 됐다. 하지만 머뭇거림 없는 확장 기조는 결과적으로 위기의 전주곡(前奏曲)이었다.

◇구미정씨, LG 지분 1.1% 소유

외환위기가 찾아온 상황에서 업체간 경쟁적인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 상태가 됐고, 이로인해 가격경쟁이 격화됐다. 매출은 줄고 판매가격은 수익성을 압박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게다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진 대한펄프는 2003년 이후 소요자금을 차입금에 의존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비록 지금은 재무구조가 안정궤도에 있지만, 2008년 말만 하더라도 자본잠식비율이 37.3%(자본금 432억원, 자본총계 271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496%까지 치솟았다.

2009년 2월 최 회장의 대한펄프 매각 결정은 이 같은 악전고투 속에서 나왔다. 손을 내민 곳은 처가였다. 최대주주로 있던 최 회장이 자신의 보유지분 66%(보통주 기준) 중 58%를 경영권과 함께 손위처남 구본능(64) 회장이 주인으로 있는 희성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희성그룹 계열의 희성전자가 깨끗한나라의 현 최대주주(72%)로 있게 된 배경이다.

따라서 최 회장이 지난해 3월 깨끗한나라 경영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올해 5월 223억원을 들여 발행주식의 17%(전환가능주식 424만주)나 되는 전환사채(CB)를 사들인 일련의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할 만 하다. 자연스레 훗날 최 회장이 선대가 일궈놓은 깨끗한나라의 대주주 지위를 회복할 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올해 7월 3년여만에 소량이나마 깨끗한나라 보유주식을 늘린 것으로 나타난 최 회장의 부인 구미정씨의 향후 역할론은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구미정씨의 깨끗한나라 소유지분은 7.5%로 최 회장(2.5%) 보다 3배 가량 많다. 게다가 직계가족 중 친정인 LG그룹의 LG 지분 1.1%(9일 종가 기준, 1200억원)와 LG상자 0.1%(15억원)를 소유한 자산가다. 지분가치가 121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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