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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①80년만에 열린 '삼국시대'

  • 2014.04.18(금) 11:09

롯데 맥주시장 '출사표'..오비·하이트 양분구도 지각변동
관전 포인트 `막강한 유통력 바탕으로 초기 시장안착 할까`

전운(戰雲)이 감돈다. 두 강자(强者)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출혈도 크다. 오랜기간 지속된 전쟁이지만 좀체로 잦아들 기세가 아니다. 쫓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혈투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강자가 등장했다. 신생 세력이지만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 오랜 기간 양자 구도였던 국내 맥주 시장이 재편된다. 유통 공룡인 롯데가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맥주 삼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업계는 롯데의 유통력에 주목한다. 막강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할 지가 관심사다.
 
◇ 80여년 지속된 '2强 체제'
 
국내 맥주의 역사는 1933년이 시작이다. 일본을 통해 수입된 맥주들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한 시기는 이 때부터다. 가장 먼저 설립된 맥주회사는 '조선맥주'다. 1933년 8월 대일본맥주가 세웠다. 4개월 뒤 일본의 기린맥주가 '쇼와기린맥주'를 세운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맥주의 전신이다. 국내 최초로 맥주를 선보인 회사다. 쇼와기린맥주는 48년 동양맥주로 사명을 바꿨다. 동양맥주가 오비맥주의 전신이다. 이때부터 국내 맥주 시장은 이들 두 회사가 양분했다. 두 기업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처음 시장을 장악한 것은 동양맥주였다. 해방 후 미 군정체제에서 국내 일본계 회사들은 주인을 바꿔야했다. 동양맥주는 두산이 가져갔다. 동양맥주는 'OB(Oriental Brewery)맥주'라는 브랜드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로 대항했다.

▲ 지난 80여년간 국내 맥주시장은 이들 두 업체가 양분해왔다. '제로섬' 게임으로 불릴만큼 두 회사의 점유율은 엎치락 뒤치락 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자인 롯데가 등장하면서 국내 맥주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동양맥주는 총판제도를 도입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60%까지 치고 올라갔다.'OB'라는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었다. 80년대까지 OB맥주는 점유율 70%를 기록했다.
 
고전하던 조선맥주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90년대초 두산그룹은 페놀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조선맥주는 "맥주의 90%는 물, 어느 맥주를 드시겠습니까?"라는 카피로 뒤집기에 나섰다.
 
조선맥주는 이때를 기점으로 숙원사업이었던 동양맥주를 앞서기 시작했다. 98년에는 사명도 '하이트'로 바꿨다. 동양맥주는 95년 사명을 'OB맥주'로 바꿨다. 진로 쿠어스를 인수해 카스 맥주를 내놨다. 하지만 하이트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 천하였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카스에 집중한 오비맥주는 2011년 하이트를 추월했다. 하이트의 마케팅 실패가 뼈아팠다. 현재 국내 맥주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약 60%, 하이트가 약40%다.
 
◇ '막강 유통력' 롯데의 등장
 
국내 맥주시장은 이처럼 두 업체간의 뺏고 빼앗기는 각축장이었다. 80여년의 국내 맥주 역사에서 이 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국내 기업도 맥주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80여년만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유통 공룡'인 롯데다.
 
롯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맥주시장 진출을 검토해왔다. 2009년 두산의 주류BG(Business Group)를 인수하면서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하이트진로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소주가 궤도에 오른 만큼 맥주 시장도 노렸다.

▲ 롯데는 2009년 두산으로부터 주류BG를 인수해 소주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위스키와 생수에 이어 소주까지 보유하게 된 롯데는 맥주 시장 진출도 염두에 뒀다. 이후 롯데는 소주 사업에서 막강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업계 2위에 오르면서 맥주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맥주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2012년 충주에 맥주 공장을 착공했다. '설(說)'로만 나돌던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이 가시화되자 업계에서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비와 하이트가 롯데를 주목하는 것은 롯데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단기간 내에 오비와 하이트의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롯데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통경로를 보유하고 있다. 어떤 매대(賣臺)에 어떤 상품을 진열하느냐는 주류 업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롯데가 소주 시장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안착한 것도 막강한 유통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맥주도 다르지 않다. 롯데가 맥주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만큼 강점인 유통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롯데가 가진 잠재력이다.

 

◇ 롯데, 시장 안착할까 

 

롯데의 시장 점유율 목표는 일단 5%다. 기존 맥주와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의 목표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60대 40으로 나눠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가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매우 견고하다"며 "오비와 하이트가 '제로섬'게임을 펼치고 있는데다, 롯데에 대응해 기존 업체들도 수성을 위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인만큼 롯데가 소프트랜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기존 업체들이 롯데의 맥주 시장 진출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롯데가 가진 막강한 유통력때문이다. 롯데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로 백화점-마트-편의점에 이르는 전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막강한 유통력을 맥주 마케팅에 이용할 경우 그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롯데가 초반부터 흥행몰이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롯데가 선보인 맥주의 가격대가 기존 맥주와 수입 맥주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제조 공법이 달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근거다. 또 초기 단계일수록 롯데가 유통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안착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유통업계에서 `무시못할 파워`를 갖춘 롯데가 마케팅 부문에서 어느정도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거느냐에 따라 초반 승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 페놀사태
:1991년 낙동강 유역의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유출된 사건. 두산전자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파이프가 파열돼 30톤의 페놀이 유출됐다. 이 사태로 전국적으로 두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물을 주원료로 하는 당시 두산의 OB맥주도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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