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연간 20만㎘ 규모의 맥주 2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 출혈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5일 롯데주류는 충주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맥주 2공장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2017년 내 제품생산을 목표로 5890억원이 투입된다.
작년 4월 맥주 시장에 진출한 롯데는 기존 맥주 1공장의 생산규모 5만㎘를 최근 2배로 늘렸다. 2공장이 완공되면 총 맥주 생산량은 30만㎘가 된다. 30만㎘는 연간 맥주 9억병(330ml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롯데도 ‘증설’ 소식은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국내 맥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2017년부터 9억병이 추가되면, 국내 맥주 시장은 차서 넘치게 된다. 하이트맥주는 작년 1~3분기에 57만564㎘를 생산했다. 강원·마산·전주 세 맥주공장의 가동률은 50.73%에 불과하다. 이미 공장 생산 시설의 절반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오비맥주는 맥주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지난해 ‘카스’가 맥주 냄새 논란에 휩싸이면서 점유율이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 맥주가 '안방'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맥주는 ‘맥주 본연의 맛’을 앞세워 점유율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맥주 생산 능력은 포화 상태”라며 “롯데가 연간 30만㎘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면, 국내 맥주 업계는 서로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야 살아남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증설은 롯데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롯데는 작년 4월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라우드’는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병을 돌파했다. 기존 국내 맥주와 맛을 차별한 것도 성공 요인이지만, 그룹의 지원도 한몫했다.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막강한 그룹 유통망이 후방 지원했다.
하지만 연간 생산 능력 30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룹 유통망 지원에서 벗어나 오비맥주나 하이트맥주와의 정면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6000억원을 투자해 세운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맥주 생산량 5만㎘는 테스트마켓(test market) 정도의 양”이라며 “진짜 승부는 연간 30만㎘가 생산되는 2017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