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은 '황금노선'으로 항공업계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한-중 항공노선의 여객 운수권 90장(주 1회 왕복)이 지난달 30일 7개 국내 항공사에 배분됐다.
신규 개설 노선과 기존 증편 노선을 포함해 각 항공사가 확보한 여객 운수권은 ▲대한항공 10개 노선 주 27회 ▲아시아나항공 9개 노선 주 25회 ▲티웨이항공 3개 노선 주 13회 ▲제주항공 3개 노선 주 7회 ▲이스타항공 3개 노선 주 7회 ▲진에어 2개 노선 주 6회 ▲에어부산 부산-옌지 등 2개 노선 주 5회 등이다.
운수권을 획득한 항공사들은 1년 내에 취항하거나 운항이 여의치 않으면 운수권을 항공 당국인 국토교통부에 반납해야 한다. 늘어나는 국내항공사의 항공편만큼 중국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주간 총 180회까지 항공편이 확대될 수 있다.
◇ 숨돌린 아시아나항공 '승자의 미소'
국토부의 이번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항공업계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를 제외한 항공사들은 아시아나가 작년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와 최근 엔진 이상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한 사실 등을 들어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픈 과거'인 1997년 괌 여객기사고 등까지 드러내며 당시 1년6개월간 운수권을 받지 못한 사실을 근거로 아시아나의 운수권 확보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1개 신규노선 주 3회, 8개 기존노선 22회의 운수권을 확보했다. 이번에 배분된 운수권은 대한항공이 많았지만 전체 한-중 간 운수권은 아시아나항공이 주 198회로 대한항공(주 196회)에 근소한 우위를 지켰다.
▲ (사진: 아시아나항공) |
특히 최대 관심노선인 서울-광저우(廣州)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주 4회 운수권을 추가로 받아 주 14회, 즉 하루 2회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 노선에서 주 3회 운수권을 받아 주 7회(하루 1회)로 절대 열세를 지속하게 됐다.
아시아나는 이밖에도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둥펑웨다기아, 東風越達起亞) 소재지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노선을 신규로 확보했고, 기존 노선 가운데서도 비교적 시장이 성숙한 대도시인 청두(成都), 충칭(重慶), 항저우(杭州) 등의 서울발 증편 운수권을 차지했다.
◇ 대한항공 "유감"..국토부 "원칙대로…"
반면 대한항공은 신규노선에서는 비교적 알짜 노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기존 노선 증편 운수권에서는 서울-베이징(北京, 야간 주 3회)를 차지한 것 이외에 큰 성과가 없었다. 신규 노선 가운데서는 이미 중국 항공사가 운항하고 있어 시장이 성숙한 서울-허페이(合肥, 주 5회) 노선을 따낸 것이 그나마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새로 확보한 서울-난닝(南寧), 제주-구이양(貴陽) 노선의 경우 인구나 비행거리 등으로 볼 때 운수권 만큼 정기편을 운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사진: 대한항공) |
이번 결과에 대해 대한항공은 2일 "항공 당국이 연속적으로 심각한 항공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에 타 항공사와 똑같이 배분 자격을 주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사고 항공사를 운수권 배분에서 완전 제외하거나 운항회수 배분에서 큰 불이익을 받도록 안전성 기준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사안은 채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배분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지난달 29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항공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사고 항공사는 망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언급, 향후 운수권 배분 규칙 등의 개정 가능성은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