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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 '형제의 난' 이렇게 시작됐다

  • 2014.07.09(수) 16:33

조현문 전 부사장, 보유지분 전량 제3자 매각서 촉발
잇단 소송제기..효성 "앙심에서 비롯된 흠집내기"

'수재'로 이름 높은 삼형제가 있다. 맏이와 막내는 뛰어난 경영감각을 보이며 일찍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도왔다. 국제 변호사인 둘째는 형과 동생보다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삼형제의 우애는 좋았다.
 
이들 사이가 틀어진 것은 작년 초다. 아니 내부 갈등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둘째는 회사 내에서 자신이 보인 성과가 무시되는 걸 못마땅해 했다. 아버지가 형만 감싸고 돈다고 생각했다. 사사건건 아버지와 형과 부딪쳤다. 결국 둘째는 가족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 가족과 결별한 둘째
 
작년 초 효성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 지분 전량을 제3자에게 싸게 매각한 것이다.
 

▲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家 형제간 다툼의 빌미는 조석래 회장이 제공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석래 회장은 후계 구도에 대해 자식들간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세 아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가운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둘째가 반발하면서 형제간의 다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은 약 7%에 달했다. 조석래 회장은 세 아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눠줬다. 조 전 부사장은 그 중 자기 몫을 매각했다. 그것도 시세보다 싸게, 같은 오너 일가가 아닌 기관투자자 등 제3자에게 넘겼다. 그 탓에 효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3.24%에서 26.06%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약화 이슈가 떠오르며 주가도 1만원 이상 떨어졌다.
 
당시 효성그룹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지분 매각을 '도발'로 봤다. 가족의 회사와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충격은 더욱 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효성家 형제 간 반목은 조석래 회장의 후계자 선정 방식에서 비롯됐다"며 "세 아들 모두 어디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보니 자존심이 강했고 그 경쟁구도에서 아버지의 무게추가 이동하는 것을 느낀 둘째가 참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평소 "가장 능력있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세 아들을 경쟁시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아들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 성과 냈지만..무시 당해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사장,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보다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9년 효성에 합류해 전략본부에서 일했다. 지난 2007년 중공업 PG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이 구상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중공업 부문의 해외 진출에 주안점을 뒀다. 그의 이런 시도는 실제로 성과를 냈다. 효성의 중공업 부문 직수출 비중은 지난 2005년 20%대에서 2012년 52%로 급증했다. 매출도 85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는 이런 성과에 대해 제대로된 평가를 받고 싶어했다.
 
▲ 지난 2007년 중공업 PG장이 된 조현문 전 부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역점을 뒀다. 그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그 결과 효성의 중공업 부문은 외형적인 측면에서 큰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효성측은 외형만 커졌을 뿐 내실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오너 일가와 회사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이같은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제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는 것이 조 전 부사장측의 전언이다. 후계경쟁을 벌이다보니 나머지 형제들은 조 전 부사장의 성과를 애써 무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에게 수 차례 경영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중공업 부문에서 난 이익이 방만한 계열사 운영에 투입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의 중공업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는 것에 대해 효성측의 의견은 다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커졌을지 모르겠지만 내실은 적자였다"며 "조 전 부사장 재직시절 중공업 부문은 약 3600여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반박했다.
 
전직 효성의 고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눈에 띄는 성과를 많이 냈다"면서 "하지만 조석래 회장은 내심 큰 아들이 후계자가 되길 원했던 것 같다. 조 전 부사장의 의견은 대부분 묵살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제2의 형제의 난' 위기에 봉착한 효성家 삼형제. 왼쪽부터 첫째 조현준 사장, 둘째 조현문 전 부사장, 셋째 조현상 부사장.
 
◇ 앙심에서 비롯된 흠집내기
 
효성은 조 전 부사장의 보유 지분 전량 매각은 '앙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부러 회사와 집안에 위협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조 전 부사장과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가족과 갈라선 이후 지속적으로 효성을 괴롭히고 있다. 대부분 소송을 통해서다. 내부 문제를 밖으로 공론화해 이슈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번 검찰 고소건도 이런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월 회계장부 열람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열람 권리를 인정 받았다. 회계장부 열람 과정에서 계열사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작년 계열사 가처분 소송에서도 효성이 승소했음에도 불구, 또 다시 같은 내용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회사 경영 전반에 참여했던 사람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을텐데도 퇴직후에 몸담았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전량 매각 이후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경쟁적으로 지분 매입에 들어갔다. 심지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담보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후계 구도를 두고 첫째와 셋째가 경쟁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효성의 최대주주는 첫째인 조현준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난 1일 3500주를 매입해 지분율 10.33%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율은 10.05%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키는 조 회장이 쥐고 있다"며 "10.32%의 지분을 누구에게 몰아주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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