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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PG, '흑자→적자→흑자' 반전스토리

  • 2015.04.27(월) 18:31

조현문 전 부사장 시절, 흑자→적자
실적압박에 무리수..작년 4년만에 흑자

효성그룹의 주력은 섬유와 화학이다. 스판덱스를 비롯해 타이어코드 등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섬유와 화학은 오늘날 효성그룹을 있게 한 근간이 됐다. 섬유·화학과 함께 현재의 효성그룹을 있게 한 또 다른 한 축은 중공업이다.

 

효성의 중공업 부문은 국내 변압기 부문의 일인자다. 효성이 섬유와 화학으로 빛을 발하기 전 그룹을 지탱했던 힘은 중공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 4년여 간 효성의 중공업 부문은 위기를 겪었다. 회사를 둘러싼 환경도, 제품 경쟁력도 좋았다. 그럼에도 중공업PG의 실적은 지난 4년 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유가 뭘까.

◇ 둘째의 미션 중공업PG

효성의 중공업PG(Performance Group)는 지난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급 초고압 변압기를 개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잇따라 국내 최초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내 변압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 중공업PG의 국내 변압기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한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배전할 때 사용되는 핵심 기자재다. 발전소 개보수나 신설시 반드시 필요하다. 변압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전기는 발전소에서 변전소로, 변전소에서 최종수요처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 효성의 중공업PG는 그동안 효성그룹을 지탱해왔던 버팀목이었다. 1962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국내 최초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국내 변압기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중공업 부문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중공업 부문은 조석래 회장이 애착을 갖는 부문으로 알려져있다. 그룹의 근간을 형성하는 만큼 관심이 큰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7년 후계를 준비한다. 세 아들에게 효성의 핵심 분야를 나눠 맡겼다. 중공업 부문은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맡겼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변호사로 일하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99년 효성에 입사해 전략본부에서 일했다. 중공업PG는 사실상 아버지가 맡긴 첫 단독 임무였다.
 
중공업PG를 맡은 조 전 부사장은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 전 부사장은 백방으로 뛰었다. 조 전 부사장의 노력 덕에 중공업PG 매출액은 지난 2005년 8500억원에서 2012년 2조6100억원을 크게 성장했다. 특히 해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복덩이에서 애물단지로 
 
조 전 부사장 부임 이후 효성의 중공업PG는 외형면에서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내용은 따라가지 못했다. 해외에서 잇단 수주를 통해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중공업PG의 실적을 보면 조 전 부사장이 부임했던 지난 2007년에는 매출액 1조3838억원에 영업이익 11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8.2%였다. 이런 추세는 2009년까지 이어진다. 매년 성장을 거듭한 중공업PG는 지난 2010년 매출액 2조3229억원, 영업이익 2291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10.3%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중공업PG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린다. 불과 1년만에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2011년부터는 더욱 심각해진다. 2011년 중공업PG는 1842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한때 영업이익률 10.3%를 기록했던 기업이 불과 2년만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효성그룹 내부에서도 중공업PG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봤다. 오히려 '효성의 중공업PG가 이익을 냈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석래 회장은 지난 2001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 미국의 변압기 교체 시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변압기의 평균 수명은 40년이다. 조만간 미국 전력시장에 대규모 변압기 교체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었다. 결국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호실적은 조 회장의 포석에 따라 미리 시장 진입을 준비했던 결과였다.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가 심어놓은 과일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먹기만 하면 됐던 셈이다. 비록 본인이 PG장으로 있을 당시 거둔 성과지만 실상은 아버지가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의 부담은 컸다.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이룬 성과를 보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계 구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

◇ '무리수'가 초래한 악몽
 
코너에 몰린 조 전 부사장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해외 부문부터 손을 댔다. 변압기 사업은 인력과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해외 부문을 새로운 인력으로 채웠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을 대규모로 물갈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은 변압기 시장에서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진용을 갖춘 조 전 부사장은 본격적인 수주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영업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결국 '저가 수주'를 택했다. 변압기 사업은 조선업과 비슷한 구조다. 수주 이후 납품까지 2~3년이 걸린다. 수주를 많이할수록 매출은 커지지만 2~3년 뒤 정산 단계에서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이 반영된다.
 
중공업PG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진두지휘했던 저가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중공업PG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초 회사에서 손을 뗐다. 그가 진두지휘했던 중공업PG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수장이 갑자기 떠난 중공업PG는 혼란스러웠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진 가운데)은 작년부터 이를 바로 잡기 시작했다. 그룹을 지탱했던 효자 사업 부문이었던 만큼 반드시 회생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 결과,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중공업PG는 지난해 4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현문 가격'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실적에 쫓긴 효성이 대규모 저가 수주에 나선 것을 빚댄 말이다. 여기에 수주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수주를 감행한 결과, 납기 지연이 잦았고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조 전 부사장의 중공업PG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초부터 회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본인이 보유한 효성 지분 전량을 제3자에게 싼값에 매각했다. 이른바 '효성家 형제의 난'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형제의 난'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수장이 사라진 중공업 PG는 장남인 조현준 전략본부장(사장)이 챙겼다. 조 사장은 작년부터 직접 해외 학술회의 등을 뛰어다니며 해외 전력업계 인사들과 만나 중공업PG의 실적 회복에 나섰다. 그 결과 중공업PG는 작년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년만의 흑자전환이었다.
 
■효성 '중공업PG'
효성 중공업PG(퍼포먼스 그룹·Performance Group)은 1962년 설립된 국영 중전기 회사인 한영공업이 시발점이다.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 변압기와 169kV 차단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1975년 효성이 인수했다.
 
효성은 77년 한영공업의 사명을 효성중공업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1977년 창원공장 준공을 계기로 345kV 변압기와 362kV 가스 차단기를 비롯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도 나서며 사세를 확장했다. 1992년에는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개발해 국내 전기 발전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이후 1997년 효성그룹이 퍼포먼스그룹 체제로 전환, 중공업 PG로 재편됐다. 중공업PG 산하에는 변압기와 차단기 및 전장품을 생산하는 전력 PU(퍼포먼스 유니트·Performance Unit), 전동기·감속기·발전기, 석유화학 및 발전소용 부품 등을 제작하는 기전 PU, 펌프 및 담수화 설비를 제작하는 효성굿스프링스 PU, 풍력발전시스템을 제작하는 풍력사업단 등을 두고 있다.
 
중공업PG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전력PU다. 전력 PU는 중공업PG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전력PU가 생산하는 변압기는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현재 시장을 현대중공업과 양분하고 있다.
 
효성중공업PG는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 2001년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는 중국, 중동, 아시아, 중남미 지역에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전동기, 펌프 등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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