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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면론 확산..최태원 회장 수혜 보나

  • 2014.09.26(금) 10:39

정부 고위 관료, 기업인 사면 발언
SK, CJ 등 기대감..박 대통령 입장 관심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론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장관의 발언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이를 거들면서 정부 내부에서 기업인에 대한 사면론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K와 CJ 등 총수 부재상태인 기업들은 달라진 분위기를 반기는 모습이다.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인해 신사업 추진이나 투자 등에 애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공약과 여론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 확산되는 사면론

 

기업인 사면론 확산에 불씨를 당긴 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황 장관은 최근  "잘못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라면 일부러 차단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 장관의 발언에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자 사면론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25일 황교안 장관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날만큼 엄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가지 투자부진때문에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주요 기업인이 계속 구속상태거나 이런 상황이면 아무래도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지만 대통령 사면권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장관과 경제부총리의 사면발언이 이어지면서 정부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가 취임후 경제단체장과 기업인 등과의 만남을 이어온 만큼 정권 핵심부와의 교감을 통해 기업인 사면 불가 입장을 바꾸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 기대감 높아진 재계

 

정부 고위인사들의 사면 발언이 이어지자 재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총수 부재상태인 SK와 CJ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정부의 사면이 이뤄진다면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현재 징역 4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약 1년8개월 가량을 복역했다. 지난 23일 수감 600일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이 돼야 선고된 형량을 모두 마칠 수 있지만 형기의 3분의1을 넘긴 만큼 가석방이 가능하다. 대통령 특별사면은 별다른 제약이 없다.

 

SK그룹이 최근 사회적기업 확산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도 최 회장의 사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고,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다음달 열리는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 맞춰 그동안 저술해온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서적도 발간할 예정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대로 최근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SK그룹이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CJ그룹 역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재현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 초 집행유예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주요 대표이사 직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다. 관련법상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LIG그룹이나 태광그룹 등 총수 부재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그룹들도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

 

◇ 사면의 경제학, 변수는?

 

재계는 총수 부재인 그룹들이 제대로된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부재이후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STX에너지와 ADT캡스 등 주요 인수합병 매물을 모두 포기했고,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개발사업도 사실상 접은 상태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정도를 제외하면 계열사들의 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CJ그룹 역시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으로 경영위원회를 구성한 상태지만 이재현 회장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사면론의 불씨를 지피고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을 위해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한 상태지만 기업들의 투자나 일자리 확대없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당시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기업인들에 대한 특혜성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이 사면론에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가 앞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 특혜가 아니냐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정부에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사면의 역사

 

역대 정부는 국민 통합 등의 명목을 통해 대통령 사면을 수차례 단행해 왔다. 다만 기업인 외에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사면으로 인해 논란이 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8차례, 김대중 정부 6차례, 노무현 정부 9차례, 이명박 정부 6차례의 사면이 이뤄졌다.

 

가장 많은 사면이 이뤄진 것은 김대중 정부 때로 7만321명의 형 집행이 면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현철씨를 비롯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일홍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이 대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신계륜 의원 등이 사면을 받았다.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도 석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 많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사면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사면도 단행됐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사면당시 논란이 제기됐지만 평창올림픽 유치에 기여하며 이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특별사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연초 단행된 특별사면 역시 서민 생계형 형사범 등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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