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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급한 불 끄자"...6700억 자사주 매입

  • 2014.11.11(화) 17:21

현대차 4490억·기아차 2209억 규모
주주 달래기 위한 '주가 부양' 성격

현대·기아차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최근 잇단 악재로 주식 시세가 추풍낙엽이기 때문이다. 성난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꺼내든 것은 결국 자사주 매입 카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참여한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안정적인 현대모비스는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화 작업'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이런 주주 친화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찮다.

◇ 악재에 난타 당한 주가

현대차는 보통주 220만2764주, 우선주 65만2019주 등 총 285만4783주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 기아차도 보통주 405만3633주를 매입키로 했다. 금액으로는 현대차 4490억원, 기아차 2209억원 등 총 6700억원규모다.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최근 추락해온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주당 20만원대를 유지했다. 기아차도 주당 6만원대였다. 

 

주가 하락의 기폭제는 지난 9월 18일의 한전 부지 낙찰이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계열 3개사가 입찰가격으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0조5500억원을 써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루동안에만 3개사의 시가총액이 8조4000억원 증발했다.



그만큼 시장의 충격은 컸다. 현대·기아차는 재무적으로 부담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악재가 꼬리를 물었다. 


대표적인 것이 실적이다. 현대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 기아차는 18.6% 감소했다. 환율 하락 여파가 컸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의 2차 양적완화 발표 이후 현대·기아차의 주가는 또 한번 난타를 당했다. 엔저 리스크가 부각됐다.
 
그러자 한전 부지 입찰 전날 21만8000원하던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10일까지 23.6% 하락한 상태다. 5만9000원 수준이던 기아차는 지난 4일 한때 연중 최저가인 4만8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성난 '투심(投心)' 잡아라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현대차의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현대·기아차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지난 10월 컨퍼런스콜에서 '중간 배당'을 언급했다. 현대차는 "배당성향 확대와 중간 배당 등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 가장 낮은 5%대다.

▲ 현대·기아차의 주가는 한전부지 낙찰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과 일본은행의 엔저 기조 유지를 거치며 악재속에 계속 하락했다. 급기야 일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상품이 '녹인'구간에 진입하면서 주주와 투자자들의 불만은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현대차는 지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여기에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구간에 진입하면서 현대차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달했다.

현대차는 전방위로 ELS 상품의 '녹인' 구간 진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기아차는 2004년 이후 10년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현대·기아차가 시장에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 "긍정적이긴 한데…"

현대·기아차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전일대비 5.71% 오른 17만6000원, 기아차는 2.02% 상승한 5만5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기아차가 의도한대로 주가 부양 의지가 제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자사주 매입 이후 이를 소각할 지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각을 통해 발행주식수를 줄이게 되면 주당 순이익(EPS)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지분가치 제고는 물론 배당금이 늘어날 수 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일단 주주가치 제고에 중점을 둔 것인 만큼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상황을 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현대·기아차는 67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이런 기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에서는 일단 현대·기아차가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주가 부양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았다. 이번 건을 계기로 현대·기아차가 좀 더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이번 결정은 시의적절했다"며 "비록 타이밍상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좀 더 일찍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가져갔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크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대·기아차의 주주 친화 기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지가 시장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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