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기아차 '배당확대' 주가 뜰까

  • 2015.01.26(월) 12:44

전년대비 현대차 54%↑기아차 43%↑
한전부지 매입 후 '주주친화 정책'

현대·기아차의 작년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저조한 실적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작년 한전부지 낙찰 이후 주가 하락에 고심하던 현대·기아차는 재빨리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놨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타이밍은 좋았다.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한주당 3000원씩 총 8173억원, 기아차는 한주당 1000원씩 총 4041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 확대 계획 발표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하락을 멈췄다. 기아차의 경우 실적 악화 여파로 전일대비 1.89% 하락한 4만92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나마 배당 확대 계획 덕에 하락폭이 줄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직접 현금배당을 발표한 것은 저평가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또 작년 한전 부지 낙찰 이후 악화된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배당 규모는 전년대비 54%, 기아차는 43% 늘어나게 된다. 배당성향은 현대차가 6.2%에서 11.1%로, 기아차가 7.4%에서 13.5%로 올라간다. 실적이 악화됐지만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가 투자 심리 악화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중간 배당도 검토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올해부터는 중간배당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계획을 안건에 올린 뒤 승인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중간배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함께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동안 중간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배당 계획에 대해 파격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 한전 부지 후폭풍에 '화들짝'
 
현대·기아차의 배당 성향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중 하위권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매우 보수적인 배당 정책을 취해왔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기업가치가 오르고 있음에도 주주에 대한 배당에는 늘 소극적이었다.
 
작년 주요 완성차업체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메르세데스-벤츠 3.3%, 포드 3.2%, BMW 3.1%, 도요타 2.7%, 폴크스바겐 2.6%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번 배당 확대에도 1.8% 수준이다.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 수준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작년 한전 부지 낙찰 이후 현대·기아차의 생각이 변했다. 시장 예상보다 3배이상 많은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았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은 고스란히 주가로 옮겨갔다. 한전 부지 낙찰 발표 당일에만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 8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현대·기아차는 재무적 부담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았다. 한전부지 낙찰 이후 작년 말까지 현대차의 주가는 14.6% 하락했다. 기아차 주가도 같은 기간 동안 3.86% 하락했다.
 

한전 부지 낙찰 후폭풍에 놀란 현대·기아차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11월 총 67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현대차가 4990억원, 기아차가 2209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9년, 기아차는 10년만이다.
 
◇ '배당확대, 긍정적이긴 한데…'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배당 확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 저평가의 핵심요인은 낮은 배당성향 때문"이라며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매력도 높아질 것"이라고말했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현대·기아차가 배당만으로 주가 부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배당금을 3000원으로 올리고 중간배당도 검토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이익 전망이 밝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대·기아차가 배당을 확대하는 이면에는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히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배당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 현대·기아차의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해 시장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작년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소득 환류 세제, 배당 소득 증대 세제 등 배당 독려 정책을 내놨다. 기업들이 쌓아둔 사내 유보금에 대해 정부가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여러 대기업들이 배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 비즈니스워치와 한국기업평가가 주요기업의 기업환류세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주요 대기업 중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배당 확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현대·기아차가 계획없이 배당 확대책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함께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