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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골든타임]⑤주유소 "가격경쟁에 남는 게 없다”

  • 2014.12.08(월) 17:07

주유소 경쟁심화.. 마진 없어도 낮춘다
세차장 등 부대사업으로 만회 노력

#서울에서 가장 싸게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대원주유소(개봉동). 이 곳의 보통휘발유 리터 당 가격은 1582원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가장 최근 집계 데이터) 정유사는 주유소에 휘발유를 리터 당 1553.7원에 공급했다. 대원주유소에서 소비자들이 5만원어치의 휘발유를 넣으면 주유소는 894원이 남는다.(리터 당 마진 28.3원)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안하면 본전치기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주유소들의 주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마진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기름 값 인하 요구와 주유소간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많은 주유소들이 세차장이나 편의점 등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 판매량 늘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주유소들의 마진 악화로 직결되진 않는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들은 공급가격을 반영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두 가격의 차이만큼이 주유소가 버는 돈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정유사 공급 휘발유 가격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차이는 리터 당 163.6원이다. 지난 7월 첫째주(100.6원)와 비교하면 60원 가량 많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11월 들어서도 두 가격의 차이는 늘었다.

 

 

하지만 그 가격 차이 만큼을 주유소가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이 이슈가 되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거세다.

 

실제 직장인 A씨는 “기름 값이 조금씩 떨어지곤 있지만 아직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하락폭이 주유소들의 제품가격에 반영되려면 반년 정도가 걸린다”며 “그러나 소비자들은 바로 반영되길 바라기 때문에 민원도 늘고, 가격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대원주유소는 휘발유 값을 리터 당 1582원에 팔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가장 싸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유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유건수는 가격을 내리기 전보다 1.8배 가량 늘었고, 주유량은 2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손에 쥐는 수익은 거의 없다. 

 

이 주유소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세동 소장은 “주유소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늘었어도 이익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유 외 서비스로 눈 돌렸지만..

 

대원주유소가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휘발유 가격을 크게 낮춘 이유는 바로 세차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 주유소는 가격 인하 전까진 자동세차 서비스 정도만 병행해왔다.

 

이번에 자동세차에서 벗어나 주유소 직원들이 차량을 직접 세차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때마침 서울 유일의 1500원대 휘발유란 타이틀을 얻게 돼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 새롭게 시작한 대원주유소의 세차서비스

 

김세동 소장은 “운이 좋게도 가격 인하 시점에 유가하락이 이슈가 됐고, 방송까지 나오게 돼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유소들이 부대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 이상 주유만으로는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704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부대시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6.2%가 부대시설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세차기가 전체의 68%로 가장 많았고, 경정비 시설이 16.1%로 그 뒤를 이었다.

 

▲ 자료: 한국주유소협회

 

하지만 부대사업 역시 마진이 크지 않다. 실제로 22.4%의 주유소는 운영하던 부대사업을 철수한 경험이 있다. 김 소장은 “주유 고객이 늘면서 세차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증가했지만 세차를 하는 직원 인건비와 물값 등을 따지면 이 역시 마진은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 사업만으론 수익이 나지 않자 편의점이나 세차장 등을 병행하는 주유소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사업에서의 수익이 주유보다 더 낫다고 장담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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