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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골든타임]④호주머니 두둑해 진다

  • 2014.12.05(금) 14:31

소비 및 투자심리 개선..소득증가 기대
비용절감 효과 경제 전반에 파급해야

#직장인 A씨는 한달 평균 휘발유 값으로 20만원 가량을 쓴다. 1주일에 5만원어치씩 주유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3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 회사와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면서 주유비가 줄었다. 특히 요샌 기름값이 떨어져 5만원만 넣어도 가득 차는 느낌이란다. 내심 기름값이 더 떨어져 한달에 세번만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한달에 20만원은 주유를 위해 따로 빼 놓는다"며 "여기서 남는 돈이 생기면 외식을 하거나 다른 것을 사는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소비자 및 생산물가가 낮아져 국민 소득증대와 기업투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939억 달러(103조원, 환율 1100원 적용시) 규모의 원유를 수입했다. 평균 도입단가는 배럴 당 108.29달러다. 유가 급락으로 지난 10월 이후 배럴 당 도입단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당분간 유가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 소비→생산→투자 증대

 

우선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국민소득이 개선될 전망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하고, 교역조건이 개선된다. 이로 인해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기업의 생산 측면에선 수입물가 하락으로 생산자물가가 낮아지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동반 하락하면 소비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기업의 투자도 늘어난다. 유가 하락으로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개선돼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0% 하락하면 4분기 이후부터 국내 소비와 투자는 각 0.68%, 0.02%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가 소폭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NI) 역시 0.27%, 0.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생산원가 절감으로 1.2% 늘어날 것으로 봤다.

 

▲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GDP 성장률이 1.0% 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약세에 따른 휘발유 가격의 하락도 긍정적 요소다.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4일 오후 3시 기준)은 리터 당 1698.13원까지 밀린 상태다. 2010년 10월 이후 4년여 만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진웅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향안정은 국내 소비와 생산증대에 기여한다”며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최근 카드사용 상위 10대 업종에서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같은 양을 주유해도 여기에 쓰는 돈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저유가 효과 높이려면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국제유가의 하락은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를 경제 전반에 파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경연은 절감된 비용을 기업의 연구개발과 인적자원개발 등으로 전환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저유가를 활용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정책이 결합돼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고, 이와 함께 경기를 살리겠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유가 및 달러의 흐름은 1997~1998년과 비슷하다. 1년 뒤인 1999년부터 세계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달러강세와 유가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내년 말부터는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가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유가 약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에너지 패권 다툼이 주요인이다. 패권 다툼의 전개 상황에 따라 유가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경연은 “유가가 상대적으로 쌀 때 유류 비축량을 늘리고, 원유 생산국에 대한 장기수급계약 조정 등을 통해 수입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석유 자원 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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