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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까지' 삼성-LG, 세탁기 정면 충돌

  • 2014.12.26(금) 16:22

IFA 전시회 직전 발단..양측 수사의뢰·맞고소 충돌
윤부근·조성진 사장 자존심 대결..화해 어려울듯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논란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26일 LG전자 여의도 본사와 창원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LG전자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독일 IFA 가전전시회에서 시작된 양측의 충돌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입장이고, LG전자는 반대로 증거훼손이 의심된다며 삼성전자를 공격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첨예하게 부딪히는 만큼 화해의 여지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사장의 자존심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와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사건의 발단

 

이번 사건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를 앞두고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 임원들이 현지 매장에서 삼성의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도어의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결국 LG전자는 파손된 제품을 매입하며 양측의 1차 충돌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파손의 당사자가 LG전자 가전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조성진 사장인 만큼 보다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사장이 당시 베를린 유로파센터 슈티클리츠 매장에서 세탁기 도어 연결부를 파손하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검찰에 세탁기 고의 파손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체 최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진실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본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흠집내기가 아니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특정 회사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삼성-LG, 다시 충돌

 

잠시 잠잠하던 세탁기 파손 사건은 최근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성진 사장의 출국금지 사실과 함께 LG전자가 증거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힌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9월 삼성전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 현물이 훼손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하다면 이는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공격했다. LG전자는 "고소인은 피고소인들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즉각 반발했다. LG전자의 맞고소가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조성진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기 바란다"며 "조성진 사장은 수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며 검찰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성진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했다면, 공권력과 법질서를 무시하는 정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 사안은 조 사장의 의도적 세탁기 손괴 행위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있는 만큼 조 사장을 소환해 화면 속 인물이 본인인지, 왜 그랬는지만 조사하면 된다"며 "조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성진 사장이 검찰조사에 불응해 100일이 넘도록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상대에게 터무니없이 맞고소를 한 것은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 윤부근-조성진, 벼랑끝 싸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사건은 양측의 화해로 풀기는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다.

 

LG전자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며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LG전자는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사업 수장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에서 대립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세계 TV 시장 1위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고, 최근에는 TV 외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유명 요리사들과 협업한 셰프컬렉션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그의 작품이다.

 

조성진 사장 역시 LG 내부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릴 만큼 해당 분야에서는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고졸 출신으로 세탁기 분야에 매진해 왔고, LG전자 브랜드인 '트롬'을 세계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조직개편에서는 에어컨사업까지 관장하며 역할이 더 확대됐다. 조 사장 입장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파손시켰다'는 오명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윤부근 사장과 조성진 사장 모두 내년 세계 가전업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사건의 결과를 떠나 내년 양측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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