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둘러싸고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이행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인 금호산업과 피고인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주식을 양도하는 합의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채권단에 향후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것만으로 피고가 주식양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금호그룹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금호산업은 당시 박찬구 회장의 요청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계열을 분리해 독립경영하고, 박삼구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등 상호 보유 주식을 완전 매각해 계열분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2010년 2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즉시 사임했고, 2011년 11월 박삼구 회장 가계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완전 매각해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이 채권단의 주식매각 합의이행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을 매각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주식매각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입장은 다르다. 채권단과의 합의서는 2010년 2월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지배주주들이 사재를 담보로 내놓는 것을 전제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경영하기로 합의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의)협조 의무가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의 장악 협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선임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행사된 금호산업의 의결권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박찬구 회장에 대해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양측의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합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결과는 별도로 금호석유화학은 그 동안 수 차례 말을 바꿔가며 지분매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낮아 매각에 따른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분 매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많이 올라 충분한 차익실현이 가능한 만큼 보유지분을 조속히 매각,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없애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소송은 맞대응 성격이 강했던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여부는 회사와 주주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