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임금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원했던 반응은 얻지 못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반응들을 보였다. 자리의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부의 뜻을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 최 부총리 "임금 인상 동참해 달라"
최경환 부총리는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들과 간담회에서 "기업들도 청년고용, 적정수준의 임금인상,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대가 지급 등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최 부총리의 임금인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최 부총리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진작에 기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만큼 저물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이뤄져 결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경제5단체장들이 내놓은 발언은 최 부총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제단체장들은 최근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한 것으로 해석될 정도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문제와 소득구조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은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난해의 경우 기업들의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은 큰폭으로 감소했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60세 정년연장 등으로 기업들의 총인건비 부담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불황속에서 자국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동향을 고려한 법인세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업 잇딴 임금 동결..'여력 없다'
정부의 임금 인상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이 줄었고, 정유업계는 적자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기본급을 동결했고, 정유업계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임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최 부총리의 임금인상 발언이 나온 다음날 기업들의 임금인상율을 1.6%이내로 권고했다. 지난 2010년 동결을 권고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들은 지금 수준이 이어져도 통상임금 문제는 물론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연장 등으로 인해 사실상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작년부터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근로소득, 배당소득, 기업소득환류) 등을 도입하는 등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달말로 시한을 정해 놓은 노사정 대타협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들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