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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최저임금]②일자리 확대?..되레 축소

  • 2015.07.03(금) 13:56

긍정 : 소득 상승→내수 활성화→고용 확대
부정 : 저임금 근로자 신규고용 위축

해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에선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길 원한다. 학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올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쟁점과 인상효과, 외국 사례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한다는 데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렇게 올린다면 자영업자 절반은 문을 닫게 될 겁니다. 알바(아르바이트)한테도 좋을 게 없어요. 고용주들이 되도록이면 알바 시간을 줄일거고, 그렇게 되면 알바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J씨)

 

# "대학생들 입장에선 등록금과 용돈 마련하려고 알바하는데 일하는 시간에 비해 받는 돈이 너무 적습니다. PC방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들 보면 최저임금 뿐 아니라 야간수당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방 국립대 재학 중인 여대생 S양)

 

최저임금을 보는 시각은 이해관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노동계는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불황에 빠진 경제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쥐꼬리 알바비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더 올려야 한다는 알바생과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게 문을 닫든가 알바생을 자를 수밖에 없다"는 가게 주인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학계 분석도 갈린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소비력이 증가해 내수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있지만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최저임금을 시행하지 못하는 사업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 긍정 : 소득증가로 내수 경제 활성화

 

최저임금을 올리면 당장 저임금 노동자들은 혜택을 보게 된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오르면 '경제 활성화→고용 확대'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원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은 내수를 확대해 경기를 회복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원천”이라며 “저임금계층은 고임금계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커 내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한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의 분석 결과, 1999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간 중 우리나라 노동 소득(실질임금)이 1%포인트 오르면 0.68~1.09%포인트의 GDP가 증가하고, 실질노동생산성은 0.45~0.5%포인트 상승했다. 이와 함께 0.22~0.58%포인트의 고용증가를 가져왔다.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상헌 박사는 "임금을 올리면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고, 이는 성장과 함께 고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보는 근로자(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들은 올해 기준 26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도 14.6%에 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제한적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이 여전히 많은 탓이다.

 

현재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숫자는 2012년 169만9000명에서 2013년 208만6000명, 2014년 227만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수혜 대상자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제외한 숫자는 약 40만명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어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 사업장을 관리하기엔 인력이 부족해 '근로조건 지킴이'나 노무사 등 민간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등 대안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업장은 170만개 정도고 근로감독관은 1000여명에 불과하다.

 

◇ 부정 : 저임금노동자 고용위축 우려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학계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용이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 결과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등 체인점이 많이 발달해 있어 국내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 절반 이상이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고용돼있어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취약계층 근로자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이미 직업을 가진 노동자의 고용을 위축시키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저기능 노동자 취업을 위축시킬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저임금 변화가 고용구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은 최저임금이 변해도 상용직이 될 확률에 변화가 크지 않지만 서비스업은 최저임금이 높아질수록 상용직이 될 확률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최저임금 영향률이나 기업 파산율(자영업 폐업률)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집중돼있어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이들 사업장은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내 취약계층 고용을 외국인 근로자가 대신할 수 있어 최저임금 상승은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 자료: 고용노동부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자 위반 신고건수도 증가추세다. 살림이 어려운 사업주의 경우 최저임금 위반으로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최저임금 위반 신고건수는 1101건으로 전년에 비해 44%(481건)가량 늘어났다.

 

2012년 신고건수(620건) 가운데 408건은 행정종결(근로감독관 감독 후 부족한 급여 지급 : 시정조치 완료)됐으며 360건은 사법처리(감독 후에도 시정되지 않았을 경우 : 보통 체불액 절반 수준의 벌금), 3건은 과태료(최저임금 미고지 및 허위 보고 시) 처분을 받았다. 2013년에는 행정종결과 사법처리가 각각 708건과 715건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큰 폭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을 반영하기 힘든 영세사업장이 아직도 많다”며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 중에는 악덕 업주도 있지만 올려줄 여력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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