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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기름값 다시 뚝뚝뚝↓

  • 2015.07.24(금) 09:47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 증가세는 더딘 탓인데요.

 

▲ 자료: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최근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예상외로 증가했고,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이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유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 당 48.45달러로 전날보다 1.50% 하락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평균 국제유가를 배럴 당 60.3달러로 전망했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배럴 당 30달러 이상 떨어진 겁니다. 해외 주요 기관들도 이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 주요 기관 2015년 유가전망 현황

 

# 일일 200만 배럴 초과 공급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지만 유가하락이 마냥 반갑지는 않습니다. 원료인 원유 가격이 떨어진 만큼 제품 가격도 떨어져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서죠.

 

우선 최근 글로벌 석유시장을 보면 하루 동안 공급되는 원유량은 9500만 배럴(1배럴은 158.9리터), 소비량은 9300만 배럴 수준입니다.(국내 1일 소비량 225만 배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만큼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로 인해 원유 재고량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흔히 원유는 대부분 중동 국가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원유 생산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우디는 지난 1분기 기준 하루 원유 생산량이 977만 배럴로 오펙 회원국 중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비(非) 오펙 국가의 생산량이 오펙보다 많은데요. 같은 기간 오펙의 생산량이 3701만 배럴인데 비해 비 오펙 생산량은 5807만 배럴에 달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죠.

 

 

# 사우디 바짝 추격하는 미국

 

이는 미국의 셰일자원, 캐나다의 오일샌드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많기 때문입니다. 애초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드는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예상과는 달리 셰일층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860만 배럴(1일 기준)에서 오는 2020년이면 최소 2900만 배럴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캐나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우디는 미국이 셰일자원을 바탕으로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최대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서죠.

 

이 때문에 사우디는 ‘감산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사우디의 생산량 유지 결정이 결정적이었죠. 지난 6월에도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현재의 생산량 한도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 '복병' 이란의 등장 

 

여기에 이란이 합세한 것인데요. 미국은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이란은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유조선 등에 저장해 뒀는데요. 제재가 풀리면 이란의 원유수출은 단기적으로 하루에 50만~80만 배럴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란 석유부 차관은 “이란이 자국의 원유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과 관련해 다른 오펙 회원국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 기름 덜 쓰는 중국 

 

이처럼 원유 공급량은 늘고 있는 반면 수요는 줄고 있는데요. 특히 고성장을 거듭하며 원유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된 영향이 가장 큽니다.

 

꾸준히 하락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4%까지 떨어졌습니다. IMF에선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6%, 내년에는 6.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성장도 더뎌 원유 수요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중국 통계 자료 및 IMF 추정치

 

 

# 저유가가 반갑지 않은 정유사

 

이에 따라 기름으로 먹고 사는 국내 정유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손실을 입으며 연간 적자를 기록해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저유가를 바탕으로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정제량을 늘려 정제마진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 화학제품도 자체적으로 생산해 수입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정제설비를 늘리고 있는 데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증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유화기업들에게는 위기인 셈이죠.

 

상반기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어 반짝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국내 유화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요. 현재 각 기업들은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태양광을 비롯해 최근 풍력발전 사업에도 진출했는데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죠. LG화학 역시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고부가 제품 개발을 위해 R&D(연구개발)에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오는 2018년에는 투자금액을 9000억원으로 늘리고, 연구인력도 1000여명까지 늘린다고 하네요.

 

 

 

# 내릴 땐 찔끔찔끔

 

국내 수요자 입장에선 유가 하락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원료 값이 떨어진 만큼 제품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하락폭에 비해 휘발유나 경유 가격은 적게 떨어진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는 제품에 붙는 세금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기준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6.4%, 경유는 48%를 기록했는데요. 소비자들이 기름 값은 찔끔찔끔 내린다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 그래픽: 유상연 수습기자/prtsy201@

 

또 석유제품 가격 하락은 비석유제품 가격 하락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물가도 떨어질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임금이 줄어드는 등 2차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다행히 지난해 있었던 국제유가 급락이 장기화되진 않아 2차 효과까지 발생하진 않았다고 분석했는데요. 유가하락이 지속되면 저성장 기조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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