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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우리는 봉이다' 주유소의 눈물

  • 2015.12.23(수) 16:25

휘발유 60%가 세금..매출 대비 이익률 낮아
카드수수료 인하·매출세액공제 혜택서 제외

“5만원 주유하면 세금이 3만50원, 알고 계십니까?”

 

전국 주유소들이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나 경유에 다양한 세금이 붙어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주유소들이 유류세를 바로 알리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 휘발유 가격의 60% 이상이 세금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에는 제품을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를 비롯해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12월 3주 기준)을 살펴보면, 휘발유 1ℓ에는 유류세 및 부가세가 865원, 관세 및 수입부과금이 27.97원, 주유소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붙는 부가세 11원 등 총 904.76원의 세금이 붙습니다. 주유소 판매가격의 약 63%가 세금인 것이죠.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할 때 관세를 냅니다. 정제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각 주유소로 제품을 출고하기 전 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와 제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하죠.

 

주유소들은 각종 유류세가 포함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고, 이 제품에 붙는 부가세를 더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각종 세금이 포함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합니다. 결국 유류세의 최종 세금 부담은 소비자가 지는 것이죠. 다만 소비세는 소비자가 직접 내지 않고 사업자가 대신 납부해주는 형태라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결제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매출만 부풀리는 세금

 

문제는 카드수수료에서 시작 됩니다. 주유소를 비롯한 카드 가맹점은 세금이 포함된 최종 가격을 소비자가 카드로 지불하면, 가격만큼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데요. 일반 도·소매업자는 제품 가격에 붙은 부가가치세 10%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부담합니다. 이에 반해 주유소들은 석유제품의 60% 이상이 세금인 탓에 훨씬 많은 카드수수료를 부담합니다.

 

실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 당 1434.82원에 판매하면 부과되는 카드수수료는 약 21.5원(1.5%)입니다. 이 중 63%인 13.6원이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인데요. 주유소가 석유제품의 최종 판매자로 정부의 세금 징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카드수수료를 주유소가 떠안고 있다는 게 주유소협회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주유소 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카드수수료 인하와 부가가치세법 개정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카드수수료는 가맹점의 연간 매출액에 따라 요율이 달라지는데요. 연 매출이 2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1.5%에서 0.8%로, 2억~3억원인 가맹점은 2.0%에서 1.3%로 0.7%포인트 낮아집니다. 일반 가맹점의 경우, 연 매출이 3억~5억원이면 기존 2.15%에서 1.85%로, 5억~10억원은 2.22%에서 1.92%로 0.3%포인트 정도 수수료율이 낮아집니다. 반면 10억원이 넘는 가맹점은 수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현행 1.96%)됩니다.

 

주유소의 경우 카드수수료율이 1.5%(석유제품은 정부물가관리품목이라 낮은 요율 적용) 일반 가맹점보다 낮지만 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이 높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큽니다. 유류세 때문에 발생하는 카드수수료가 주유소 당 연 평균 3000만원이나 됩니다. 

 

이 때문에 주유소 업계는 세금으로 인해 생기는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특별세액공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하 혜택은 받지 못하더라도 세액공제를 통해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죠.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개인사업자에게 연간 최대 500만원의 신용카드 매출세액을 공제(부가세에서 공제)해줬는데요. 내년부터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연 매출 10억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는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입니다.

 

주유소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주유소의 약 90%인 1만868개의 주유소 연 매출이 10억원이 넘는데요. 세금이 워낙 많이 붙기 때문이죠. 세금을 제외하면 일반 주유소가 연 매출 10억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높은 유류세 때문에 주유소가 카드수수료 인하는 물론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도 빠지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0억원 이상으로 신용카드 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자는 약 3만4000명인데요. 이 중 31%가 주유소인 셈입니다.

 

전국 주유소의 연 평균 영업이익이 3800만원(2013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세액공제 500만원 혜택이 작은 게 아닙니다.

 

◇ 주유소 “우리는 봉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1.8%(2013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일반 소매업(6.1%)과 비교하면 4.3%포인트 낮은데요. 우리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결제할 땐 많은 돈을 내는 것 같지만 실제 주유소가 버는 돈은 극히 적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주유소 업계는 카드수수료 특별세액공제 도입과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철회, 유류세 인하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유소 업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인데요.

 

대응수단 중 하나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주유소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셈이죠.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오죽하면 주유소업계가 소비자에게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시작한다고 나섰겠습니까”라고 말합니다.

 

유류세를 둘러싼 주유소의 반발은 비단 관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납세자이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참에 유류세 문제를 공론화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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