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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대형음식점 '세금 폭탄'...300만원 더 내야

  • 2015.12.24(목) 13:50

내년 대규모 개인사업자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외
5년간 6650억원 '증세'..사업자 3만4천명 세부담 급증

내년부터 연간 매출이 10억원을 넘는 개인 사업자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유소 1만여곳을 비롯해 대형 음식점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대상에서 대규모 개인사업자를 제외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기재부가 마련한 후속 시행령을 보면 공제 제외대상 사업자의 매출 기준은 연 10억원으로 정해졌다.

 

정부가 예상한 세수 효과는 내년 1045억원, 2017년 1400억원 등 5년간 66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억원을 넘는 개인사업자는 3만4000명으로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를 적용받은 개인사업자 140만명 가운데 2.5%에 해당된다.

 

 

◇ 갑자기 웬 증세?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는 YS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1994년 처음 도입됐다. 국세청에 신용카드 매출이 잡히면 당장 영세사업자의 세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 금액의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에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긁은 매출의 0.5%에서 1%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주다가 1999년부터 300만원의 한도가 생겼고, 2000년에는 500만원으로 한도가 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즉 신용카드 매출이 있는 개인사업자는 최대 500만원까지 세금을 공제받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신용카드 사용이 어느 정도 활성화됐다고 판단하고, 지난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매출 10억원 이상 개인사업자는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자체가 법인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감안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주유소·대형음식점 '직격탄'

 

당장 세부담이 늘어나는 대규모 개인사업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매출 10억원이 넘는 개인사업자가 1만명에 달하는 주유소 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상당하다. 임기 내에 증세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도 슬그머니 깨졌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주유소 매출의 60%가 유류세인데, 추가로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매출이 10억원이라도 유류세를 뺀 실제 매출은 4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대규모 사업자로 엮이는 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관련기사☞ [Inside Story]'우리는 봉이다' 주유소의 눈물

 

대형음식점이나 숙박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도 세금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사업자가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내려가는데, 매출 10억원을 넘는 사업자는 인하 대상에도 빠졌다. 아무리 장사가 잘 되는 개인사업자라도 연간 300만~5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는 게 반가울 리 없다.

 

 

◇ 여당은 반대, 야당은 찬성

 

지난 9월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여야에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달 세법 심사를 진행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선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외 문제를 놓고, 여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찬성하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도 이례적이었다.

 

조세소위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저희 지역(강원 속초·고성·양양)에서 민원이 들어오는 얘길 들어보면, 주유소 같은 경우 웬만하면 매출 10억원이 넘는데 이익은 1% 난다고 하더라"며 "너무 갑자기 증세하는 것 같고, 주유소 사업자는 그냥 죽으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새누리당)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세금을 늘리는 게 맞는 것인지 정부가 다시 한번 검토해달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근로자에게 1000억원 걷는 것은 간단한데, 개인 사업자한테 1000억원 걷는 것은 이렇게 어려워서 되겠냐"고 맞섰다.

 

여야는 여러 차례 심사를 거쳐 결국 정부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유소들이 우려하는 얘기도 들어봤지만, 신용카드 매출공제의 입법 취지가 달성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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