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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하고 로열젤리가 서민용입니까?"

  • 2015.12.22(화) 17:15

국회 비공개 조세소위 회의록 재구성
주형환 "형편 어려운 분들 위해 개별소비세 감면"
오제세 "정부가 할 일이 없어..가까운 분들이 부탁"

녹용과 로열젤리는 사치품일까, 아니면 서민들이 즐겨 찾는 건강식품일까.

 

지난 달 비공개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개별소비세 품목 조정을 놓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녹용과 로열젤리, 향수(방향용 화장품)를 개소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별소비세가 처음 도입된 1977년과 비교해볼 때 녹용과 로열젤리, 향수는 더 이상 사치성 물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형편이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세소위 위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치품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수 차례 논의 끝에 녹용은 개소세 과세 품목에서 제외됐고, 로열젤리는 과세를 유지하게 됐다.

 

 

# 왜 녹용·로열젤리인가

 

정부는 왜 녹용과 로열젤리의 세금을 없애려는 것일까. 이미 소비가 어느 정도 대중화된 품목이고, 소득 수준도 향상됐기 때문에 사치품에 매기는 개소세를 폐지하자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녹용·로열젤리의 대체 건강식품인 홍삼에는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녹용은 약 80% 정도 수입되고, 국내에선 20% 가량 생산되고 있다. 로열젤리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조세소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개소세 폐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국민 감정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자꾸 세금을 뜯어내는데,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뭔가 혜택을 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이런 걸 도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녹용과 로열젤리 개소세 폐지가 형편 어려운 분들을 위한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 모욕적인 얘기 좀 합시다

 

야당에선 주 차관의 발언에 대해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녹용과 로열젤리를 어떤 서민이 먹느냐"며 "차관 가까운 분들이 (개소세 폐지)해달라고 한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주 차관이 "굉장히 모욕적이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이라고 따지자, 오 의원은 "모욕을 좀 할텐데, 정부가 할 일이 없어서 이런 개정안을 가져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이 이어지자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강 위원장은 "논의에 충실하되 서로를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했고, 주 차관과 오 의원은 즉각 화해했다.

 

# 가격인하 효과는 '글쎄'

 

녹용과 로열젤리에 대한 개소세(세율 7%)를 없애더라도 소비자가 가격 인하의 혜택을 볼 가능성은 낮다. 정부도 어느 정도 사실을 인정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사실 개소세를 폐지해도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소비 촉진 외에도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소위는 정부안 그대로 녹용과 향수를 개소세 과세대상에 제외하는 대신, 로열젤리는 과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논의 과정에서 고급 사진기도 개소세 과세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고급 사진기의 개소세를 없애는 세법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달 11일 기재위에 제출한 법안인데, 약 20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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