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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용어 쓰지 맙시다"

  • 2015.12.21(월) 15:06

긴박했던 11월 국회 조세소위 재구성
"체크카드 공제 효과 없다..면세유 없애면 농어민 몰려와"

세금 제도가 바뀌는 과정을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세법의 심사와 의결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철저히 회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벌어진 직장인 연말정산 파동도 2년전 조세소위의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국민과 기업의 세금 문제를 좌우할 세법이 이상하게 바뀌어도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조세소위 회의 내용을 접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약 20일 후에 공개되는 회의록을 참고하면 된다. 지난 11월에 열린 조세소위 회의록도 일부 공개됐다. 종교인 소득 과세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회의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녹음을 해서라도 공개

 

11월에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선 그동안의 비공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지난 달 10일 제1차 조세소위에서 "국민들의 입장에서 누가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심의 과정을 명백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회의 내용을 공개하자는 제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민감한 사항에 대해 공개를 꺼린 것은 워낙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되는 단체들이 많아서 위원들에게 압박으로 돌아온다"며 "20일 지나면 다 공개되니까 국민들이 다 알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개인적으로 녹음을 해서라도 웬만하면 공개를 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새누리당)이 "회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밖에서 얼마든지 말하는 것은 아무런 제재가 없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이후 홍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조세소위 직후,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 ISA 대신 IAA로 하자

 

내년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용어를 바꿔보자는 논의도 있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지금 IS라고 하는 게 어감도 좋지 않으니까, ISA라는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ISA는 '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약자인데, IAA(Individual Asset Account)와 같은 단어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이에 안택순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법명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돼 있고, ISA라는 영문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은 "앞으로 정부는 소위의 의견을 감안해서 ISA의 언어 선택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통과된 세법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ISA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 체크카드 공제 효과도 없는데

 

정부가 하반기부터 소급 적용키로 한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공제 확대 부분은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체크카드 등 소득공제율을 최대 50%로 올리는 내용인데, 과연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분석이었다.

 

권영진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며 "다만 실질적인 세감면 혜택이 크지 않아 소비 활성화를 유인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소비 진작이 되려면 소득이 늘어야하는데, 한시적인 소비 유도책이 과연 대책이냐"며 "효과도 별로 없다는데 돈 없는 사람들한테 자꾸 쓰라고 공제만 늘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위원장은 "정부가 소득을 늘리는 데 더 노력해주고, 정책이니까 이번 한번만 양해해달라"며 여야 합의로 정리했다.

 

 

# 농민들 엄청나게 몰려올 것

 

매년 1조원 넘는 세금을 깎아주는 농어민 면세유 제도는 올해 말까지였던 적용 기한이 3년 더 연장됐다.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를 위해서라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게 농어민 면세유 제도였다.

 

기재위는 면세유 공급을 중단하면 그만큼 예산 지출이 증가해 세수 확보의 실익이 적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의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계속 면제하도록 합의한 내용"이라며 법안의 연장을 요구했다.

 

강석훈 위원장이 연간 1조4000억원의 세금감면 제도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보자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금 농어업 소득이 도시가계 평균소득의 60% 수준으로 많이 떨어졌다"며 "FTA 이전부터 해오던 제도를 오늘 통과시키지 않으면 농민들이 내일 엄청나게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농어민 면세유 제도는 일단 3년 연장으로 합의됐다.

 

# 오랜만에 재벌 편드네

 

조세소위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홍종학 의원과 나성린 의원은 재벌 세금 문제에서도 대립했다. 사실 홍 의원이 회의내용 공개를 주장한 이유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벌에 편향적인 세금 제도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권영진 전문위원과 강석훈 위원장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대신, 전기자동차는 일몰이 끝나는 2017년에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홍종학 의원은 "정부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며 "한국 전기자동차를 낙후 산업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성린 의원은 "홍 의원이 오랜만에 재벌을 편든다"며 "전기자동차는 재벌이 만든 것인데, 2017년 일몰이니까 내년에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한국 전기자동차는 이미 너무 늦었다"며 "1년 후에 합의하더라도 한국 자동차산업은 망한다"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홍 위원의 우려가 충분히 속기록에 남았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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