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변화는 없었다. 주력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유임됐고, 오너 일가의 승진과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대대적인 인적 개편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대한 소폭의 변화만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장단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이번주 후반으로 예정된 임원 인사 폭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이미 퇴임 임원들에게 통보를 시작한 상태고, 신규 승진자는 예년보다 줄이는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임원진을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 오너일가 승진 없었다
우선 오너일가의 승진은 올해도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역시 승진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 와병중에 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서현 사장은 겸직하고 있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을 내려놓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맡는 등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패션사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사장은 패션부문을 관장하지만 기존 윤주화 사장이 맡고 있던 대표이사에 임명되지는 않았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의 역할도 변화가 없었다. 김재열 사장은 지난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옮긴 바 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그룹내 위치가 높아진 만큼 현재 대표이사들중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 체제가 유지됐다. 삼성물산은 당분간 건설과 상사, 리조트 부문 등 3인 대표체제가 이어진다.
◇ 주력계열사 경영진 대부분 유임
계열사 최고경영진들도 대부분 유임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가 관심을 모았지만 일부 역할을 조정하는데 그쳤다. 권 부회장은 겸직하고 있던 종합기술원장을 내려놨고,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도 사업부장 자리를 넘겼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각각 소비자가전(CE)부문과 무선사업(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유지하며 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현재 무선사업 개발실장인 고동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무선사업부장을 맡게되고,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임원 인사를 통해 임명될 예정이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힘을 실어줬다는 점은 특징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으로 옮겼다. 삼성이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바이오와 의료기기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도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S가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의 협력도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밖에 대부분 계열사 대표이사는 유임됐다. 금융계열사에도 변화가 없었고, 최근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현 체제가 유지됐다. 현 경영진이 경영정상화를 이끌라는 주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을 추진하고 있고, 전직원이 1개월 무급휴직에 돌입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상태다. 삼성중공업 역시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