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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 회장, 풀어야 할 숙제는

  • 2016.03.04(금) 18:22

주력 계열사 실적 턴어라운드 '절실'
연료전지·면세점 등 신사업서 성과 내야

두산그룹이 새로운 수장을 맞게됐다. 국내 최고(最古) 기업답게 처음으로 4세 경영에 돌입한다. 모양새는 좋다. 두산의 전통인 형제 승계의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 회장직이 이양됐다. 새로 두산그룹 회장에 오르는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家)의 장자다. 그런만큼 그의 회장직 승계는 당연한 일이었다.

 

박정원 회장 체제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오랜 기간 그룹 경영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한 만큼 무리 없이 잘 이끌어 갈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현재 두산그룹이 처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건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박 회장이 경영에서 큰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리스크라는 평가다.

◇ 마이너스의 손?..경영능력 의문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두산산업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당시 두산그룹의 주력이었던 맥주 부문에 몸담으며 경영 전반에 대한 능력을 키웠다. 박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두산 상사BG(Business Group)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두산의 상사BG는 그룹 제품의 수출업과 식자재 판매 및 물류서비스업, 해외 유명가전제품의 수입판매사업, 화학제품 수입판매사업 등을 해왔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사업 내용 측면에서 리스크가 그다지 크지 않은 부문이었다. 처음으로 직접 경영에 나서게 된만큼 그룹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부문을 맡겼던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두산 상사BG 대표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수완을 보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이 대표로 취임하기 전인 1998년 ㈜두산 상사BG의 매출액은 1124억원, 영업이익은 1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1999년부터 ㈜두산 상사BG의 실적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999년 ㈜두산 상사BG의 매출액은 2822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영업이익도 175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매출액 3162억원에 영업이익 272억원을 거두는 등 성장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두산 상사BG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1년에는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데 이어 2002년에도 6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다시 실적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과거만큼은 아니었다.
 

㈜두산 상사BG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 오너가의 장자인 만큼 주력 사업을 맡긴 셈이다. 이후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두산건설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실적은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2601억원, 44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는 다시 회복하는 듯 했으나 작년에 다시 3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그룹 차원에서 각종 지원이 이어졌지만 두산건설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업계 일각에서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이 맡았던 계열사마다 실적하락의 늪에 빠진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주력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

작년 두산그룹은 모진 풍파를 겪었다. 주력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휘청거렸다. 대표적인 것이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4% 줄어든 27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도 전년대비 적자전환한 8595억원을 나타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만 연간 3000억원이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처지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고비용 구조의 벨기에 굴삭기 공장을 닫았고 비핵심 사업인 몽따베르 매각, 브라질 공장 생산 중단, 중국 옌타이 공장 생산라인 축소 등을 단행했다.
여기에 자금 마련을 위해 밥캣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단행(7000여억원 자금 조달)했으며 최근에는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사업부문을 1조13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두산건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69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당기순손실도 520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9월말 현재 두산건설의 부채총액은 2조8145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157%로 매달 이자비용으로만 약 370억원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않다.
 
▲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박정원 회장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작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일정 부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토대를 마련했지만 두산건설의 경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건설은 현재 배열회수보일러(HRSG)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RSG는 지난 2013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양수받은 사업이다. 복합화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주요기기로 가스터빈을 통해 나온 고온가스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다. 지난 2011년까지 두산중공업은 HRSG부문 세계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알짜 부문이다. 오너가의 장손이 맡고 있는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새 먹거리로 넘겨준 사업이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유동성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자 이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최근 두산건설은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90% 무상감자도 결정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배당 지급 때문이다. 작년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며 배당재원이 떨어지자 이를 마련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무상감자를 실행한 것이다.

이들 핵심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곧 박정원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현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일정부분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아직도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당장 오는 12월 4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 만기 상환부터 걱정거리다. 두산건설이 이를 막지 못하면 지분 57%를 가진 두산중공업이 나서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돼있다. 자칫하면 두산건설 리스크가 전 계열사로 옮겨갈 수도 있는 셈이다.

◇ 불확실한 신사업

두산그룹은 작년 신사업 발굴에 뛰어들었다. 중공업에만 특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연료전지사업과 면세점 사업이다. 연료전지사업과 면세점 사업은 박정원 회장이 직접 관여한 핵심 사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신사업에서의 성공이 박정원 회장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연료전지사업의 경우 최근들어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4년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기업인 퓨얼셀파워(Fuel Cell Power)를 합병했다. 이어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계약들을 따내며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연료전지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또 성장속도가 느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사업의 경우 이제 초기단계인 데다 해외 업체들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시장을 선점한 경우가 많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두산그룹은 신사업으로 연료전지와 면세점을 선택했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료전지의 경우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성장이 더디다. 또 해외 업체들이 원천기술을 선점하고 있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면세점 사업도 두산의 경우 운영 경험이 없는 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초기 시행착오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두산그룹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면세점 사업도 마찬가지다. 면세점 사업은 유통업계에서 대표적인 알짜사업으로 꼽힌다. 그런만큼 작년 면세점 사업권자 선정 경쟁도 치열했다. 두산그룹은 동대문 상권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으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면세점 사업 진행을 위해 ㈜두산 내에 TF를 구성하고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무를 중심으로 사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두산그룹은 ㈜두산 내 면세점BG를 두고 면세점 사업을 총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에서 직접 챙길만큼 심혈을 기울인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일단 두산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 여타 경쟁 면세점 업체들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 동대문 두타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앞세우고 있지만 면세점 운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면세점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면세점 사업은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그것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느냐에 향후 면세점 사업의 향방이 달려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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