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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4세 경영' 개막..그룹 회장에 박정원

  • 2016.03.02(수) 17:22

두산家 장손 박정원 회장, 차기 그룹 회장으로
냉철한 승부사..실적 턴어라운드 등 과제 산적

두산그룹이 4세 경영을 본격화 한다. 현재 3세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면 차기 그룹 회장은 두산 오너가의 장손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이를 승계키로 했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직에 오르면 두산그룹의 전통인 형제 경영은 물론 4세 경영이 시작된다.

◇ 3세에서 4세로 권력 이양

두산그룹은 박용만 그룹 회장이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고 밝혔다. 두산에서는 그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박용만 회장은 “오래 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차기 그룹 회장은 두산 오너가 3세의 장자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일찌감치 두산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로 지목받아왔다. 박정원 회장은 1962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두산그룹의 각 부문을 두루 거치며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1999년 ㈜두산 상사BG대표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CEO교육을 받기 시작한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두산건설 회장과 두산베어스 구단주로 일해왔다. 지난 2012년부터는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검임하면서 차기 그룹 회장으로서의 준비를 해왔다.

◇ 그룹의 굴곡 함께한 '승부사'

박정원 회장은 사원에서부터 시작해 지난 30여 년 동안 두산그룹의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면서 준비된 리더로 자리매김 해왔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한편, 턴어라운드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두산그룹 내부의 박정원 회장에 대한 평가는 '승부사'라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취임 이듬해인 2000년에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 차기 두산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또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작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했왔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2년 만에 수주 5870여 억원을 올리는 등 ㈜두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승부사' 이미지이지만 외부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두산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실을 통한 토대 다지기를 중요시한다"며 "밑바닥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온 터라 밖으로 드러나거나 튀는 행동보다는 조용하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이다. 깔끔한 일 처리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 산적한 과제

박정원 회장이 신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안은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중공업과 함께 그룹의 주축인 만큼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매끄럽게 정리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네 차례에 걸친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정상화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등 그룹 주력사들의 실적을 제 궤도에 올려놔야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일단락 됐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1조13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 박정원 차기 두산그룹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우선 두산인프라코어의 고강도 구조조정과 밥캣 상장, 두산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 실적 턴어라운드 등 그룹 전반에 걸친 각종 과제들을 매끄럽게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박정원 회장은 밥캣의 국내 상장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의 해외 수주 등 실적 측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산적해있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4세 경영의 시작부터 어긋날 수 있다.

업계 등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그동안 그룹의 각종 현안을 직접 챙겨온 만큼 향후에도 큰 무리없이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룹 각 계열사의 주요 보직에 4세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두산그룹의 전통인 '형제 경영'의 묘미를 잘 살린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의 경우 오랜 기간 현업을 직접 챙겨왔고 내부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산적한 과제들이 많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턴어라운드를 할 기반을 마련한 만큼 이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박정원 회장 체제하의 두산그룹 향배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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