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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주주친화정책, 기업이 달라졌어요"

  • 2016.03.15(화) 13:43

주주들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배당성향도 낮고, 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면서 주주권익을 등한시했던 게 사실인데요.

 

최근에는 기업들이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아예 주주들과의 소통을 전담하는 사외이사까지 두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국내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 어디까지 왔을까요?

 

 

# “주주에게 달렸다”

 

우선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살펴보죠.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은 주주들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 대표 기업입니다.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이란 암초를 만났지만 국내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합병 찬성(69.53%) 표에 힘입어 원했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주주들의 의결권에 의해 합병에 성공한 셈입니다.

 

▲ 지난해 7월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모든 것은 주주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이 시작됐습니다.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됐고, 이는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었는데요. 당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후폭풍이 일자 회사는 주주들의 요청을 전격 수용하며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주주친화정책이란

 

주주친화정책이란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입니다. 기업은 주주들이 투자한 자금을 기반으로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만큼 경영진들은 주식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이익을 늘리고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인데요.

 

그 동안에는 배당성향을 높이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해졌는데요.

 

주주들이 과거처럼 주식 시세만을 지켜보던 입장에서 벗어나 투자한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를 따져보기 시작해서죠. 

 

 

# 사외이사, 주주와 경영진의 ‘연결고리’

 

삼성물산과 현대차, SK 등은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사외이사 혹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 활동할 예정인데요. 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와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관련 사항 등 주요 내용을 사전 심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 중 1명을 주주권익 담당으로 임명해 주주들과의 소통을 전담토록 할 계획인데요. 담당 사외이사는 주주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 사외이사, 의장직도 맡는다

 

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곳도 등장했는데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습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오너 일가)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로, 대주주를 비롯한 사내 이사들의 경영활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주주들의 이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독단경영이나 전횡을 막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 분기 배당 도입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배당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분기 배당제도를 도입, 1년에 두 번이던 배당횟수를 네 번으로 늘리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분기배당제를 도입했는데요. 실적 부진과 고위 임원들의 비리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급락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죠.

 

 

삼성전자 역시 주총을 통해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정관을 변경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특별 배당을, 삼성화재는 자사주 매입(2015년 3분기) 등을 통해 주주이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중입니다.

 

# 전자투표제로 의결권 행사 강화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에 집중된다는 의미인데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주주들이 많은 만큼 한날 한시에 주총을 열게 되면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업들이 노린 것이죠.

 

하지만 이런 관행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고 있는데요. 전자투표제는 기업이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제도 변경을 통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이죠.

 

 

현재 한국전력공사와 신한지주, 카카오,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컴투스 등 723개 기업이 전자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660개 기업은 전자위임장제도(주총 참석이 어려운 주주가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절차를 서면 방식이 아닌 온라인 방식으로 단순화하는 것)를 도입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나아가야 할 길은

 

주주친화정책이 주주들을 달래는 단기간 이벤트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주주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할 때 대주주 일가가 솔선수범해야 시장은 물론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대주주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주주친화정책을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주주친화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 뿐 아니라 주주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은 “국내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은 기업 경영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등 기업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주주친화정책이 기업 경영에 도움을 준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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