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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디젤 게이트'…이번에는 닛산

  • 2016.05.17(화) 18:41

닛산 '캐시카이', 질소산화물 기준치 20배 초과
환경부 "EGR 임의조작" VS 닛산 "절대 아니다"

디젤 엔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작년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일본의 닛산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닛산의 SUV '캐시카이'가 기준치보다 최대 20배가 넘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닛산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환경부는 닛산이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가 정상적인 엔진룸 온도에서도 멈추도록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 닛산은 '절대로 조작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 '캐시카이', NOx 최다 배출…20.8배 초과

환경부는 지난 16일 국내 시판 중인 20개의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개 차종 모두 3000㎞ 길들이기 주행을 실시한 후 ▲실내 인증 시험 모드 ▲고속도로와 도심, 교외 도로를 달리는 실도로 조건 주행 ▲외부 온도를 고온·저온으로 변화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대상이 된 차량은 모두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최신형 차량들이다. '유로6'는 유럽연합(EU)의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으로 질소산화물의 경우 배출량이 ‘1㎞ 주행 시 0.080g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20개 차량 중 기준치를 충족하는 것은 'BMW 520d'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논란의 중심에 선 닛산 SUV '캐시카이(QASHQAI)'.

대부분의 차량은 기준치인 0.08g보다 적게는 1.6배에서 많게는 20.8배까지 기준치를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모델이 닛산의 '캐시카이'다. '캐시카이'는 닛산이 2007년 첫 선을 보인 준중형 SUV다. 지난 2014년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됐으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닛산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닛산 '캐시카이'는 작년 국내 시장에서 총 2236대가 판매됐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판매량은 504대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 발표로 한국 닛산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환경부는 '캐시카이'에 대해 이미 판매된 814대의 차량은 전량 리콜, 판매되지 않은 차량은 판매 정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과징금 3억3000만원 부과는 물론 '캐시카이' 인증 취소, 한국 닛산 사장에 대한 형사고발도 이뤄질 예정이다.

'캐시카이' 다음으로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모델은 르노삼성의 'QM3'다. 1.36g/㎞를 배출해 기준치의 17배를 초과했다. 공교롭게도 질소산화물 배출 1, 2위가 모두 닛산 계열이다. 'QM3'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차량이다. 나머지 차량들은 기준치보다 1.6~10.8배를 초과하는 배출량을 보였다.

◇ 무엇이 문제가 됐나

환경부가 닛산 '캐시카이'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Exhaust Gas Recirculation)가 특정 환경에서 작동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EGR은 연소실에서 연소를 한 후 산소를 거의 소모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흡기쪽으로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흡기로 유입되는 공기의 부피대비 산소의 농도를 줄여 연소실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발생을 억제한다.

하지만 EGR의 역할과 연비는 반비례 관계다. EGR이 제기능을 발휘해 엔진룸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그만큼 연비는 떨어진다. 디젤 엔진은 연소실 내에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가스를 동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EGR의 기능과 연비와의 격차를 상당부분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질소산화물 배출 억제와 연비 문제는 자동차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환경부는 닛산이 연비를 높이기 위해 EGR의 작동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 EGR 시스템.

환경부가 주목한 것은 온도다. 환경부는 '캐시카이'의 EGR이 흡기온도 35도에서 작동이 멈추도록 설정한 것을 확인했다. 엔진 흡기부 온도가 섭씨 35도를 넘어가면 EGR이 작동을 멈추도록 세팅돼 있는 것은 정상적인 제어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그 결과도 환경부의 주장과 일치했다.

환경부는 "일반적인 승용차의 엔진룸은 쉽게 뜨거워지는데 불과 35도의 온도에서 EGR이 작동을 멈춘다는 것은 정상적인 제어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 닛산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한국 닛산은 "EGR 흡기구가 고무로 돼있어 엔진 온도가 올라가면 녹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서도 다른 차량의 경우 EGR 흡기구가 금속재질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닛산의 해명을 일축했다.

한국 닛산은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닛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며 "EU 규제기관들 역시 그들이 조사한 닛산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논란의 불씨는 여전…'형평성' 문제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판단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닛산 이외의 여타 브랜드의 차량도 닛산과 똑같은 방식의 EGR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이들 업체들이 닛산과 다른 점은 EGR이 멈추는 온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닛산은 35도에 세팅이 돼있고 다른 업체들은 45~50도에 세팅이 돼있다.

환경부는 35도에서 EGR 작동이 멈추게 한 것은 다분히 '임의 설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낮은 온도에도 EGR이 멈춘다면 높은 온도로 세팅된 모델에 비해 연비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생각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낮은 온도에서 EGR이 꺼지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 이번 사태의 핵심은 '임의조작' 여부다. 만일 환경부의 주장처럼 닛산의 '임의조작'이었다면 폭스바겐때와 같은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닛산측은 "절대로 임의적으로 조작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GR의 정지 온도 세팅은 엔진 부품 보호를 위한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세팅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사례에 대해 유럽에서는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이미 '캐시카이'에 대해 이와 유사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들은 '캐시카이'의 사례를 임의조작으로 보지 않았다. 이들 국가들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주요 디젤차를 조사한 결과, 전 차종에서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임의조작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닛산은 환경부의 주장처럼 임의로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고의'로 테스트 중에만 배출가스를 저감토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작했다. 하지만 닛산은 엔진룸 내의 부품 보호를 위해 EGR 정지 기준 온도를 35도로 세팅한 것일 뿐 배출감소 저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와 한국 닛산 모두 나름의 설득력있는 근거와 논리가 있는 만큼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닛산 캐시카이 사례로 폭스바겐 사태처럼 유럽 등 여타 국가에서도 재조사에 나서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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