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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걸쭉한 경유의 '반란'

  • 2019.01.07(월) 11:01

경유 수요늘며 국제가격 휘발유 추월
국내는 휘발유>경유…세금이 '좌지우지'

원유를 정제하면 무게가 가벼운 '3대 경질유'인 휘발유, 등유, 경유가 추출됩니다. 이 가운데 휘발유는 가장 묽고 가벼워 품질이 좋습니다.

 

반면 경유는 황산화물 등 불순물이 가장 많아 제일 무겁고 걸쭉하며 품질이 낮습니다. 불순물이 많은 만큼 연료를 태울때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많이 배출됩니다. 지난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이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 배출가스를 조작한 이유도 이런 이유입니다.

 

◇ 휘발유와 자리 바뀐 경유

 


그런데 품질이 낮은 경유가 국제 시장에서는 오히려 몸값이 높습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경유 월별 평균 가격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연중 내내 계속 휘발유 가격을 압도했습니다. 이 기간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을 감안해도 휘발유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적습니다.

왜 경유는 귀한 몸이 됐을까요. 우선 휘발유 가격 약세에 따른 '반사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셰일 오일'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자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150만 배럴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셰일 오일은 불순물이 적은 고품질 원유라 정제과정에서 휘발유를 많이 생산합니다. 셰일 오일을 많이 생산해 정제하면 그만큼 휘발유 생산량도 많아져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겠죠.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세계 휘발유의 10% 가량을 소비하며 그만큼 제품 생산량도 높게 유지한다"며 "다만 최근 셰일 오일 혁명으로 공급량이 증가하며 휘발유 재고량도 늘어나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실시할 환경규제인 'IMO 2020'도 경유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174개 회원국은 선박에 쓸 연료인 '벙커C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종전 3.5%에서 0.5%로 낮춰야 합니다.

황산화물 등 배기가스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을 낮추기 위한 한 방안이 경유를 혼합하는 것입니다. 기름에 황 함유량이 많을수록 품질이 낮고 걸쭉해진다고 했는데요. 경유가 그나마 덜 무거운 제품이라 두 제품을 혼합하면 벙커C유가 묽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규제 시행 전 덜 걸쭉한 벙커C유를 준비하기 위해 경유 수요량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 한국은 왜 휘발유가 비쌀까?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높을까'란 질문이죠.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주 국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375.16원으로 자동차용 경유(1272.58원)보다 더 비쌉니다. 지난해에도 연중내내 월 평균 기준으로 휘발유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 영국 등의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 가격보다 비싼 것과 비교해 대조적입니다.

국내 주유소가 국제 시장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세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2차 에너지세제 개편 당시 휘발유와 비교해 경유 가격을 85% 수준으로 책정하고 이를 유지해 왔습니다. 공장들이 산업용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화물용으로 주로 경유를 써왔기 때문입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금이 붙기 전 기름 가격을 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뒤집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넷째주 기준으로 보통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리터당 744.7원입니다. 자동차용 경유에는 휘발유의 70% 가량인 550.58원이 세금으로 추가됩니다. 휘발유와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는 1212.15원, 경유는 1302.85원으로  이 기간 경유 가격이 리터당 90.7원 더 비싸집니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 경유가격이 휘발유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중 하나로 경유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오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 퇴출, 저공해 경유차에 주차료 및 통행료를 면제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폐지하는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올해 상반기 중에는 민관 협의체인 '친환경교통정책협의체'가 '경유차 미세먼지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면 환경부가 이를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비춰볼 때 지난해 계획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경유세 인상이 추진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경유차를 쓰는 분들, 앞으로는 주유소 가격판과 국제 유가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도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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