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가격이 가장 저렴했습니다. 불순물인 유황이 많은 '중질유'로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했을 때 고부가 제품인 휘발유, 경유가 적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경질유'라 불리며 황 함유량이 3대 유종중 가장 적습니다. 그만큼 가격도 가장 비쌌습니다.
하지만 더는 이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을 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43.47달러로 두바이유(41.41달러)보다 2.06달러 비쌌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배럴당 50.85달러로 두바이보다 2.33달러 저렴해진 뒤 올해 들어선 3.18달러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품질이 좋은 원유가 저품질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해졌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셰일오일' 때문입니다.
셰일 오일은 셰일층이란 암반에서 뽑아낸 원유인데요. 최근 추출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2010년 520만 배럴에서 지난해에는 970만 배럴로 86.5% 증가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100만 배럴에 육박하며 세계 1위 산유국인 러시아를 제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중동 지역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오르는 상황인데요.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지난해에 비해 배럴당 15.77달러 오르며 3대 유종(브렌트유 17.72달러, 두바이유 16.62달러) 중 가격 상승폭이 가장 작았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고부가 제품을 많이 생산할 수 있으니 국내 정유사에게도 이득입니다. 정유사들은 올해 초부터 7월까지 미국에서 총 1947만 배럴을 들여왔는데요, 벌써 지난해 연간 수입량(1342.9만 배럴)을 넘어섰습니다.
비록 두바이유에 비해 비중이 미미하지만 저렴한 텍사스산 원유가 앞으로 더 많이 들어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중동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휘발유 가격부터 걱정하던 운전자 분들, 셰일오일 덕에 앞으로는 그나마 한시름 덜지 않을까요.
아참, 한국 기업들도 셰일오일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SK㈜는 올해 5월 북미 셰일원유·가스를 파이프로 이송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업체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 홀딩스에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셰일오일이 돈이 된다는걸 알았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