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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 ABC]①원유에서 향이 난다고?

  • 2019.12.04(수) 10:16

두바이, 미국산 등 원산지별 황 함유량 달라
유종따라 정유화학 제품원료 생산비중 차이

원유는 '검은 황금'이라 불린다. 자동차 연료에서부터 플라스틱·옷감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여러 방면에 쓰인다. 하루 9000만배럴 가량이 소비되는 원유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지분 1.5% 공모주 청약에 443억달러(약 52조3000억원)가 몰린 것도 원유의 '금색 값어치'에 대한 세간의 믿음을 보여준다. 땅속, 바다 깊은 곳에 묻혀있는 원유에 대한 기초지식과 그 쓰임새를 국내 산업과 연관해 구석구석 살펴본다.[편집자주]

◇ 원유, '두 종류'만 알자

원유는 세계 곳곳에 묻혀 있다. 가깝게는 아시아의 중국 및 인도네시아에서부터 멀게는 모래사막으로 뒤덮인 사우디 등 중동, 셰일혁명의 본산 미국까지 여러 곳에 분포한다.

원유는 생산지역, 암반에 맺힌 유층이 어떤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황 함유량이 기준점이 된다. 황이 적으면 밀도가 가벼운, 이른바 경질성 원유(Sweet Crude Oil)가 된다. 반대의 경우 무거운 중질성 원유(Sour Crude Oil)로 분류된다. 각기 냄새를 맡거나 한 입 찍어 먹었을 때 이름 그대로 향긋하거나 시큼한 향이 난다고 알려졌다.

황 함유량에 따라 세계 대표 유종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영국 브렌트유, 두바이유 3개로 구분된다. 이 유종들은 산출지역 인근에서 거래되는 원유가격 가늠좌로 자리 잡았다.

맛과 냄새를 결정하는 황은 원유 몸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영국 브렌트유·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경질성 원유는 가격을 높게 쳐준다. 원유에 낀 황을 떼내는데 돈이 덜 들고, 휘발유·경유·등유·나프타 등 고부가 제품이 많이 뽑혀서다. 나프타는 화학제품 기초원료로 쓰인다.

두바이유 등 중질성 원유는 정반대다. 황이 많이 껴 무거운 벙커C유가 많이 뽑힌다. 이 기름은 아스팔트 및 선박유 등 저부가 제품에 주로 쓰인다. 황을 최대한 많이 빼내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들려 해도 별도 설비가 필요해 손이 더 간다.
 
그간 국내 정유 4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은 주로 두바이유를 들여다 썼다. 중동산 원유는 고부가 제품 수율이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선박, 항만 등 탄탄한 인프라 기반 높은 수급 안전성도 무시 못한다. 경질성 원유는 설비특성, 제품 생산량 조절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섞어 썼다.

◇ 달콤한 원유의 '습격'

원유시장의 오랜 방정식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더이상 '저품질 원유는 싸다'라는 단순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원유 셰일오일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셰일혁명'이 원유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셰일은 오랜 기간 진흙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층이다. 층안에 가스, 기름이 맺혀 있어 전통석유자원의 뒤를 이을 에너지원으로 꼽혔다. 문제는 셰일이 워낙 깊은 곳에 묻혀 있고,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고 얇게 분포하는 특성 등으로 돈을 들인 만큼 본전을 뽑기 어려워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유가가 급등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기업들이 땅을 파 셰일오일을 캐내서 파는 이익이 전체 비용을 앞질렀다. 중동 지역 정세불안으로 촉발된 공급불안,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 약세가 부추긴 자금유입 등으로 불거진 2010년대 고유가가 셰일혁명의 판을 깔아줬다. 그동안 채산성이 낮아 미뤘던 셰일오일 채굴에 시추업체들이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다.

'원유강호' 중동 국가들은 셰일오일의 역습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2010년대 중반 원유 증산으로 유가하락, 점유율 확대를 노렸다. 셰일업체들은 이에 맞서 기술개발로 손익분기점을 낮추며 여전히 살아 남아 셰일오일을 땅속에서 캐냈다. 셰일오일은 경질성 원유 중에서도 밀도가 '정말' 가벼운 초결질성 원유로 분류된다.

미국은 셰일오일에 이에 힘입어 지난해 하루 원유 생산량이 1531만배럴로 사우디, 러시아를 따돌리고 최대 산유국에 등극했다.

미국에서 넘쳐나는 셰일오일 덕에 WTI 가격도 쭉쭉 떨어지고 있다.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연간 WTI 가격은 2010년 두바이유를 밑돈 이래 올해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가격이 싼 만큼 미국산 원유 도입량을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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