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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 못 끊는 이유

  • 2019.04.02(화) 08:11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 10%이하
설비특성·인프라 미비…운송비도 걸림돌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와 인연이 깊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대한석유공사가 수입한 원유도 쿠웨이트산이었다. 그에 발맞춰 1967년 설립된 호남정유(GS칼텍스)를 시작으로 다른 민간 정유사들도 중동산 원유를 도입해 공장을 돌렸다. 매해 국내 정유사들이 도입한 원유 가운데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을 웃돌았다.

다만 중동산 원유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더 좋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미국산 원유다. 2015년 미국 정부가 자국 원유 수출을 전면 허용하며 각국에 이를 구매하라고 홍보까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보다 중동산 원유에 집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 중동산 원유 '압도적'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연간 기준 지난 2017년부터 미국산 원유 가격지표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를 밑돌았다. 두 유종 간 가격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졌다.

셰일 채굴법이 개선되면서 미국에서 '셰일 혁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셰일 채굴량이 늘어나 미국은 지난해 8월 일평균 원유 생산량이 1130만배럴을 돌파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에 등극했다. 원유 생산량이 늘어 WTI 가격도 떨어졌다

미국산 원유는 품질이 좋은 경질유에 속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고품질 휘발유가 많이 나온다. 다만 두바이유를 중심으로 한 중동산 원유는 대체로 등유, 중유 등 저부가 제품이 많이 나오는 중질유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고집하고 있다. 2016년부터 3년 간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는 70% 이상을 넘었다. 올해 들어 미국산 원유 수입비중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중동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 이유있는 '구애'

앞으로도 국내 정유사들이 가성비 좋은 미국산 원유를 중동산보다 더 많이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설비특성에 있다. 대한석유공사가 처음 울산공장을 돌린 이래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비를 갖췄다. 중동산 원유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경질성 제품을 중질성 원유와 섞어 최적의 '레시피(요리법)'를 설정하면 설비가 그에 맞춰 기름을 짜내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은 그나마 중동산 경질유의 대체재로 사용되는 형국이다. 제품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국내 정유사들이 쉽사리 수입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또 다른 이유로 수급 안전성이 거론된다. 중동 국가들은 이전부터 원유를 대규모로 수출하기 위한 항구와 초대형 유조선(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을 대규모로 운용 중이다. 다만 미국은 원유 수출이 전면 허용된 것이 2015년으로 관련 인프라가 중동과 비교해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차 석유파동이 있던 1975년 이후 국내 정유사 중 미국산 원유를 도입한 건 2016년 GS칼텍스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 정유사들이 점진적으로 도입물량을 늘리는 상황"이라며 "중동은 그간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원유 수요량이 많았다. 따라서 선박 물동량이 많아 정유사들의 수급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원유 운송비가 비싼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페르시아만을 거쳐 온다. 다만 미국산 원유는 항구가 발달된 동부에서 선적돼 남미를 거쳐 태평양을 지나야 해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보다 운송비가 배럴당 3달러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조건을 감안해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중동산 원유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정유업계는 설명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는데 월단위 계약도 아닌 필요할 때만 물량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중동산 원유보다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들여올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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