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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시장 판이 바뀐다]①'철옹성'에 금이 가다

  • 2016.07.06(수) 11:45

독주하던 현대·기아차, 내수 시장 지배력 저하
'언더독'의 반란…경쟁력있는 신차로 고객 확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어온 현대·기아차 독주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밀리는 사이 경쟁자들이 절치부심한 결과다. 수입차가 견고했던 시장에 틈새를 열었고 그 틈을 경쟁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물론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은 유효하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시장 판도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업체들의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독무대였다. 오랜 기간 다양한 차종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다.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고 마침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안방이 든든하니 밖에서도 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입차들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속수무책이었다.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현대·기아차가 세운 공고한 벽에 틈이 생겼고 이틈을 이제는 경쟁업체들이 파고들고 있다. '내수=현대·기아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 균열의 증거들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주춤하게 된 첫번째 계기는 수입차 때문이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전세계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성장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이었다. 시장을 개방한 지 25년만이다. 이웃 일본보다 8년이나 빨랐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현대·기아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실 그 이전까지 현대·기아차는 수입차를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시장이 다르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수입차를 선택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영역까지 넘보게 됐다. 2013년부터 본격화된 수입차업체들의 공세는 현대·기아차를 위축시켰다.


절대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현대·기아차가 월등히 많다. 그러나 수입차의 저변 확대 속도는 무섭도록 빨랐다. 현대·기아차가 이를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내수 시장의 일부분이 수입차업체들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뒤늦게 현대·기아차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09년 76.8%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졌다. 작년에는 67.7%까지 내려 앉았다. 수입차 탓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가 현저히 줄었다. 작년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4.2% 증가한 24만3900대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판매가 늘었지만 증가 속도가 줄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이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6% 감소한 11만6749대였다.


수입차의 고전은 현대·기아차에게는 반전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등이 반격에 나섰다. 수입차가 공고했던 현대·기아차의 내수 성벽에 틈을 냈다면 이들 3개 업체는 이 틈으로 빠르게 세(勢)를 확장했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트렌드에 맞는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철옹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 현대·기아차와 수입차, 나머지 국내 완성차 3개 업체의 내수 판매량을 살펴보면 외형적으로는 모두 증가 추세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현대·기아차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입차도 작년부터 내리막이다. 대신 그 자리를 나머지 국내 3개 업체가 빠른 속도로 메워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 3사에게도 조금씩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 '언더독'의 반란이 통하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언더독은 약자를 말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언더독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를 일컫는다.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 3개 업체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상황이 변했다. 이들 언더독의 질주가 무섭다. 쌍용차의 경우 작년부터 '티볼리'를 앞세워 소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출시한 중형 세단 SM6로 현대차의 쏘나타와 기아차의 K5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GM도 '올 뉴 말리부'를 내놓으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 국내 자동차 시장의 언더독인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의 질주가 매섭다. 이들 업체들은 현대·기아차가 구축한 공고한 내수 시장의 벽을 경쟁력 있는 신차들을 앞세워 허물어 가고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전면전보다는 특정 세그먼트에 집중해 시장을 확대해가는 전략이다.

언더독의 반란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기아차 중심의 과점 시장에서 점차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현대·기아차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통해 시야를 더욱 넓혔고 그만큼 니즈도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언더독들은 이 점을 노렸다.

언더독의 성공은 단순히 현대·기아차의 경쟁력 저하에서 얻은 반사이익이 아니다.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지점에 경쟁력있는 신차를 내놓음으로써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전면전보다는 트렌드에 맞춰 자신들이 집중할 수 있는 세그먼트의 차량을 선보이면서 경쟁력을 높인 사례다.

실제로 쌍용차의 '티볼리'는 레저붐에 맞춰 소형 SUV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예다. 르노삼성의 'SM6'와 한국GM의 '올 뉴 말리부'는 현대·기아차의 중형세단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언더독의 반란이 성공하고 있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시장 지배자로서 보여준 안일한 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란인 셈이다.

◇ 철옹성, 무너질지 여부에 관심

업계와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현대·기아차가 구축해 놓은 시장이 무너질지 여부가 관심이다. 비록 일부 세그먼트에서의 변화이지만 이런 추세가 확산된다면 현대·기아차 중심의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현대·기아차의 시장 장악력이 여전히 공고해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76.7%에 달한다. 언더독의 반란이 성공하고는 있지만 개별 세그먼트에서의 성공일 뿐 전체적인 판도를 뒤집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고 현대·기아차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환경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 증가를 이끌어왔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이달부터 축소된다. 노후 경유차를 신차로 교체할 때만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 비해 개소세 인하 적용 대상의 폭이 대폭 줄었다.


개소세 인하 혜택은 현대·기아차에게 내수 시장을 지키는 데에 큰 힘이 됐던 호재였다. 실제로 작년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본격적으로 주어졌던 9월부터 급상승했다. 작년 현대차의 1~8월까지 월 평균 내수 판매량은 5만5891대였다. 하지만 9월 개소세 인하 혜택 부여 후 12월까지 월 평균 판매량은 6만6746대로 늘었다. 기아차도 1~8월 평균은 4만1565대였지만 9~12월은 4만8744대로 증가했다.

따라서 하반기 개소세 인하 혜택 대상 축소는 현대·기아차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여타 완성차 업체들이 작년과 올해의 성공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신차 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것도 현대·기아차에게는 불안 요소다. 단적인 예로 쌍용차가 내놓은 '티볼리 에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다 르노삼성도 하반기 'QM6'를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현재의 판도가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데다 앞으로도 신차들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어서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수성하기에는 과거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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