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어온 현대·기아차 독주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밀리는 사이 경쟁자들이 절치부심한 결과다. 수입차가 견고했던 시장에 틈새를 열었고 그 틈을 경쟁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물론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은 유효하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시장 판도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업체들의 전략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ty201@ |
쌍용자동차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의 강자로 돌아왔다. 최근 급성장하는 소형 SUV 시장에서 신차인 ‘티볼리’ 효과를 톡톡히 보며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쌍용차는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 중 SUV 강자로 군림했다. ‘쌍용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란도를 중심으로 SUV 차량 개발에 집중했다. SUV 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란도와 무쏘, 렉스턴 등이 쌍용차 대표 모델이다.
IMF 외환위기로 모기업인 쌍용그룹이 해체되며 쌍용차는 위기를 맞는다. 이후 대우차에 인수됐으나 대우그룹 역시 무너지면서 위기는 계속된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넘어간 뒤로는 이른바 ‘기술 먹튀’까지 당하며 그 동안 쌓았던 명성에 금이 갔다.
우여곡절 끝에 쌍용차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 품에 안겼고, 부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그 첫 작품이 티볼리다. 쌍용차는 2014년부터 티볼리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선 상태다.
▲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
◇ '티볼리'가 찾아준 자존심
쌍용차는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소형 SUV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연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성향과 레저 활동 증가로 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시장 분석 전문기관인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719만대 수준이던 글로벌 소형 SUV 시장은 오는 2018년 1097만대로 5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SUV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형 SUV 판매대수는 8만2308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세배 가량 급증했다.
이 시장의 성장은 티볼리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국내 소형 SUV 시장 판매 1위에 올랐고, 출시 17개월 만인 지난달 1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이는 과거 쌍용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렉스턴(26개월)과 코란도C(29개월)보다도 9개월 이상 빠른 속도다.
▲ 자료: 각사 (니로는 4월부터 판매 시작) |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 QM3와 한국GM 트랙스를 압도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기아차의 니로가 변수로 떠올랐지만 아직 티볼리를 견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연초 이후 지난 6월까지 티볼리 판매 대수는 2만1003대(티볼리 에어 제외)로 나머지 3개 모델 판매대수보다도 많다.
티볼리 효과는 올 초 출시한 ‘티볼리 에어’로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3월 기존 티볼리의 롱바디(Long Body)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내놨다.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보다 차체 길이는 245mm 길고, 높이는 15mm(루프랙 포함 시45mm) 가량 높은 준중형 SUV다.
티볼리 에어 역시 시장에서 환영을 받았다. 이 모델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계약 대수가 5100여대를 기록해 쌍용차가 세운 올해 내수 판매목표 1만대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 티볼리 에어는 준중형 SUV 시장을 노리며 외연을 확대하는 셈이다. 이 시장에서 투싼과 스포티지 등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현대·기아차 등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 및 티볼리 에어가 상호 판매 간섭은 물론 경쟁사의 공격적 마케팅에도 별다른 영향 없이 판매량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며 “티볼리 에어로 뛰어든 준·중형 SUV 시장을 비롯해 소형 SUV 시장도 확대되고 있어 티볼리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티볼리 에어 |
◇ 강자가 돌아온다
티볼리로 가능성을 확인한 쌍용차는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코란도와 렉스턴을 통해 SUV 명가 재건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 이전인 2011년 코란도C를 출시했다. 코란도C는 쌍용차가 최초로 모노코크(몸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돼있는 구조) 타입을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이 모델 개발을 위해 쌍용차는 약 3년7개월 동안 28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세계 최고 디자이너 중 한명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코란도C 개발에 참여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코란도C는 전략차종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출시 첫 해 내수에서 1만615대, 수출 2만9997대가 판매되며 쌍용차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2011년 당시 쌍용차 총 판매대수의 36%를 코란도C가 맡았다.
최근에는 '더 뉴 코란도 스포츠 2.2'를 출시하며 중형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는 연초 이후 6월까지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0.7% 감소한 1만2293대에 머물며 주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그레이드된 신 모델을 통해 판매 증대를 노리는 것이다.
더 뉴 코란도 스포츠 2.2는 유로6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한 'e-XDi220'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으로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내구 신뢰성 확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벤츠의 내구시험 모드를 통과했고, 혹한기와 혹서기 및 고지대 시험을 통해 필드에서도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 2011년 출시된 코란도C(좌)는 전략차종 역할을 해냈으며 2001년 출시된 렉스턴은 고급 SUV 시장을 이끌며 출시 당시 쌍용차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 |
내년에는 렉스턴 후속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2001년 출시된 렉스턴은 국내 SUV 시장의 고급화를 이끌며 쌍용차 성장을 주도했던 모델이다.
당시 쌍용차는 '대한민국 1%'라는 공격적인 슬로건으로 프리미엄 SUV를 선호하는 고객층을 흡수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판매 초기에는 고급 사양의 290엔진 모델을 우선적으로 출시해 고급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추후 시장 상황과 경쟁사 동향을 감안해 보급형인 230엔진 모델을 추가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2000년대 초반 모기업의 연이은 붕괴로 위기를 맞은 쌍용차는 주력 모델인 코란도와 무쏘 등의 판매가 모두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렉스턴 판매가 급증하며 판매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렉스턴은 출시 첫 해인 2001년 국내외에서 1만1477대가 판매됐고, 이듬해에는 354.9% 급증한 5만2209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쌍용차의 총 판매대수가 3만4570대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늘어난 판매대수는 오롯이 렉스턴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쌍용차가 내년에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렉스턴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쌍용차 관계자는 "렉스턴은 쌍용차의 고급 SUV의 대표 모델인 만큼 내년 상반기 선보일 풀 체인지 모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기존 모델보다 한층 더 고급스런 사양과 디자인을 통해 고급 SUV 수요자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